자국 이기주의와 정치 충돌로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이 위협받는 것은 유럽연합(EU)이 다가 아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도 좌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미국이 빠진 채 반쪽짜리로 등장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도 붕괴 위기…브라질 "탈퇴 검토"
메르코수르의 붕괴 위기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후보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제기됐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부가 다시 등장하면 메르코수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는 27일(현지시간) 대선 투표를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차기 아르헨티나 정부가 우리의 시장 개방 노력을 방해하면 파라과이·우루과이 정부와 협의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이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과 공조해 아르헨티나의 메르코수르 회원 자격을 정지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질이 메르코수르를 탈퇴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의 관세 인하 방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블록을 탈퇴하겠다고 했다. 브라질은 4년간 우루과이 파라과이와 1만여 개 품목 가운데 최소 80%에서 관세를 내리기로 합의했지만 아르헨티나와는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국가들의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목표로 결성된 경제공동체다. 남미 인구의 70%, 국내총생산(GDP)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협력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1991년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포함한 4개국이 아순시온 협약을 맺어 근간을 마련한 뒤 1995년 1월 1일 출범했다.

일본 주도로 구성된 다자 간 무역협정인 CPTPP에서도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있다. 애초 추진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 거부를 선언하면서 ‘반쪽 경제블록’으로 위상이 약화됐다. 이후 남은 11개 회원국이 지난해 12월 30일 세계 GDP의 13%를 차지하는 CPTPP를 출범시켰지만 미국과 CPTPP 11개국 간 이해 충돌이 계속 빚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미·일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일본은 미국에 대해 CPTPP 가맹국 수준으로 미국산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일본이 수입하는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현재 38.5%에서 2033년 9.0%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문제는 일본이 관세 특혜를 부여한 외국산 소고기 전체 수입 물량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한 각국 간 물량 조정을 두고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도쿄=김동욱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