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여성 교수 공동채용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차례(1903년 물리학, 1911년 화학)나 받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했다. 193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딸 이렌 졸리오 퀴리도 과학아카데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남성 중심 사고가 팽배한 사회였다.

미국에서도 194 5년까지는 여성이 하버드대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다. 케임브리지대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학위를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1947년이었다. 지금은 미국 주요 대학의 여성 교수 비율이 3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전체의 여성 교수 비율은 지난해 26%로 집계됐다. 국공립대는 이보다 낮은 16%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여성 비율이 절반이고 박사학위 취득 여성 비율이 38%인 점을 감안하면 아주 낮은 수치다. 공과대학의 여성 교수 비율은 5%도 안 된다. 서울대의 경우 공대 교수 326명 가운데 여성이 4%(13명)뿐이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학장은 “글로벌 유수 대학과 협력하고 경쟁하는 데 여성 교수 비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4%에 불과한 우리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공대 여성 교수 비중이 높아져야 공대 여학생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공대 여학생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서울대는 지난 24~27일 관악캠퍼스에서 중국 칭화대, 홍콩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일본 도쿄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등 아시아 주요 7개 대학 공대학장과 함께 신인 여성 공학자 공동 채용 행사를 열었다. 여기에 여성 공학자 56명이 참가해 면접을 봤다. 학계에서는 “이렇게 해서 뛰어난 여성 공학자를 많이 확보하면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행사를 우리 사회 전반의 여성 경제활동인구 확대와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59.4%로 독일(74.3%), 일본(71.3%)에 한참 못 미친다.

개방·융합·연결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 인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산업·기술 현장에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위트(WIT: Women In Tech)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