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리면 뭐하나…은행 '대출금리' 쑥쑥 오르는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쑥쑥'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내렸지만 주택담보대출와 신용대출 금리는 이달 들어 꾸준히 올랐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금융채 금리를 끌어올린 게 주요 원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의 지표로 인식된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금융채를 포함한 안전자산(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채권가격이 올라가고, 역의 관계에 있는 채권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최근 형성됐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금융채 금리가 오른 것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1.741%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달 16일(1.594%)과 비교해 0.147%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8월16일과 비교해서는 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7월과 이달 두차례의 인하로 3개월 새 기준금리는 0.50%포인트 내려갔지만,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높아졌다.

신용대출도 비슷한 모습이다. 신용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6월물 금리는 이달 25일 기준 1.452%로 집계됐다. 9월 말 대비 0.05%포인트, 8월 말 대비 0.1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8월 3.35%에서 9월 3.50%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10월 4대 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3.7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게 주요 원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은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8월 금융채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게 금융채 금리 상승의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한다는 소식도 금융채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규모의 채권이 풀려 금융채 투자수요가 약해질 것이란 예상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면서 금융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를 포함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오른 것도 이유다. 미 국채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우려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 25일 1.80%(10년물)로 마감했다. 한 달 만에 0.1%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빨라도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은 채권가격 약세(금리 상승)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기에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며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1년물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는 만큼 변동금리를 선택했다가 1년 뒤 갈아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