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오른쪽)와 유영상 SKT 사업부장이 28일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 촬영했다. / 사진=연합뉴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오른쪽)와 유영상 SKT 사업부장이 28일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 촬영했다. /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손잡았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와 국민 메신저의 동맹이란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특히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는 양사가 ‘시너지’를 강조한 점이 이목을 끈다.

양사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28일 밝혔다. SKT는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T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같이 할 게 많다

지분 교환 규모는 크지 않다. 단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반적 양해각서(MOU) 체결 이상의 ‘보다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전방위 협력’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중장기 사업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기구를 ‘시너지 협의체’로 명명한 것은 상징적이다. 양사 설명처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SKT와 카카오가 협력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분야는 도처에 널려있다.

일례로 최근 SKT가 지상파3사와 힘을 합쳐 출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와 경쟁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자제 콘텐츠 제작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카카오페이지 보유 웹툰·웹소설 등 지적 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영화 콘텐츠를 제작해 웨이브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카카오와 SKT의 3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구조. / 출처=카카오 제공
카카오와 SKT의 3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 구조. / 출처=카카오 제공
◆ "OTT·모빌리티·이커머스부터 AI·5G까지"

양사가 경쟁관계인 여러 분야도 출혈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부 협력 추진 내용을 봐야겠지만 SKT와 카카오는 같이 하려면 할 게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가령 SKT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접목하거나, SKT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 비즈니스를 광고 사업에 본격 나선 카카오톡과 연계하는 식으로 다양한 먹거리 창출이 가능해보인다. 인공지능(AI) 스피커 SKT ‘누구(NUGU)’와 카카오 미니부터 시작해 양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AI 사업에서도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의 초저지연 특성을 살린 동영상 비즈니스 역시 통신망 사업자 SKT와 카카오톡 플랫폼이 힘을 합쳐 절대강자 유튜브에 함께 맞서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겐 ‘공공의 적’이다. 카카오 역시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유튜브와 부딪치고 있고 SKT는 아예 망사용료 논란의 직접적 이해당사자 아니냐”고 짚었다.

SKT와 카카오는 협력의 큰 밑그림에 뜻을 같이한 상태로, 직접 체감할 만한 세부 분야 협력은 앞으로 협의해나갈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동안 SKT와 협업해온 분야들도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교감하면서 이번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 구체적 협업 콘텐츠나 아이템은 시너지 협의체에서 차차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文도 온 네이버 AI전략 발표날 '전격공개'

SKT와 카카오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공교롭게도 ‘글로벌 AI 연구벨트’ 조성 등 네이버가 AI 전략을 발표하는 날 공개됐다.

네이버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9’를 열어 이같은 계획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행사에 참석해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슬로건으로 기조강연하면서 “연내 새 AI 국가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장기적으로 네이버의 AI 연구벨트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심의 미국,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중심의 중국 AI 기술력에 맞서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나겠다”고 했다.

김봉구/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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