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 연1.43%까지 상승
외국인, 8~10월 국채선물 10조원 이상 순매도
정부 확장재정 예고로 내년 국채물량 증가 예상도 금리하락 요인
외국인, 채권 10兆 순매도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9%포인트 오른 연 1.435%에 마감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올들어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 8월19일 사상 최저인 연 1.09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1.4%대까지 회복했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상승세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오른 것은 외국인의 매도공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올해 8월 들어 이달 25일까지 3년 만기 국채 선물 10조21억원어치(9만324계약)를 순매도했다. 8월과 9월에 2조7152억원(2만4383계약), 3조6045억원(3만2546계약)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1~25일)에는 3조6824억원어치(3만3395계약)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올들어 7월 말까지 3년 만기 국채 선물 4조625억원어치(3만6977계약)를 순매수했지만 8월 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국내 국채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도 매도행렬에 가세했다. 템플턴이 보유한 한국 원화표시 채권은 2분기 말 15억3000만달러(약 1조7890억원)에서 3분기 말 13억3000만달러(약 1조5550억원)로 줄었다.
“국채 순매도, 재정확장 효과”
외국인이 국채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채권 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과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한국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과 이에 따른 채권공급 증가에 주목한 외국인이 장기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밝힌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채 금리가 오를(채권가격 하락) 가능성을 내다보고 외국인들이 미리 채권을 팔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29일 내년 예산안을 올해 대비 9.3%(43조9000억원) 늘린 513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확장재정을 염두에 두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구축효과가 벌써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구축효과는 정부가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해 시중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나타난다. 시중금리가 뛰면서 민간의 소비·투자가 위축된다.
내년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시중 은행이 내년 커버드본드(우량자산 담보 채권)를 2조~3조원어치 추가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내년 채권 공급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채권금리를 밀어 올렸다는 평가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것도 채권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렸지만 이일형 금통위원과 임지원 금통위원이 이번 인하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금통위가 생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확산된 배경이다.
김익환/이호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