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입한 원유가 2년 연속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1위에 오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정유업체들이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9월까지 미국산 원유 수입액은 64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 23억달러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 전체 수입액인 44억달러도 크게 웃돈다. 2위인 반도체 수입액은 25억달러, 3위 액화석유가스(LPG)는 22억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부문은 승용차(109억달러), 자동차부품(46억달러), 반도체(39억달러) 등이 상위에 올랐다.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서 9월까지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138억달러에서 올해는 86억달러로 38% 감소했다.

정유업체들은 미국이 셰일오일 수출을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미국산 원유 도입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2017년에는 7억달러로 전체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15위였지만 지난해에는 44억달러로 급증하며 미국산 수입품 1위에 올랐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에 비해 휘발유와 경유 등 고가 제품을 많이 뽑아낼 수 있어 국제가격이 5%가량 비싼 편이다. 그러나 미국이 셰일오일을 본격적으로 생산·수출하면서 가격이 중동산과 비슷해지자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을 적극 늘렸다.

정유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산 원유를 4239만 배럴(1배럴은 158.9L) 수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수입한 전체 원유의 17%가 미국산이었다. 수입 규모와 비중 모두 1위다. 이어 GS칼텍스 3342만 배럴(16%), 현대오일뱅크 1950만 배럴(15%), 에쓰오일 253만 배럴(1.5%) 순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더 거세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대신 다른 지역 수입을 줄였기 때문에 한국의 무역 수지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올해 한국의 원유 수입처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미국으로서도 한국은 지난해부터 캐나다 다음으로 원유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