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콘퍼런스를 찾아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한 ‘데뷰(DEVIEW) 2019’는 네이버가 2008년부터 주최해온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AI 분야 개발자 회의다. 이날 행사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청년기업인 등 1200명 넘게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처음으로 개발자 행사에 참석해 그동안 인공지능을 챙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전방위적인 뒷받침도 약속했다. 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 개발자들의 연구 환경부터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AI 분야에 1조7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AI 분야에서 일할 핵심인재 20만 명을 키워내는 게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에 AI 전담국을 설치하고, 올해 안에 5개 주요 대학에 AI대학원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문 대통령이 AI에 ‘꽂힌’ 것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손 회장과 만났을 때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손 회장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서도 각종 산업에 AI가 접목된 사례를 둘러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육안으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로봇팔 등의 고장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관람하고 “한국이 로봇팔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데, 제조업 혁신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 투입되거나 조깅 파트너 등의 용도로 제작된 ‘미니치타’ 로봇이 공중제비돌기 시범을 보이도록 직접 조종하거나 로봇을 손으로 들어 무게를 측정하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다음달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 대통령은 향후 경제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4일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서 미래차 육성 의지를 밝히는 등 ‘조국 논란’ 이후 민생·경제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경제활력 회복과 신산업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장 방문과 소통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