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기와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륜산업 직원들이 지난 25일 전북 완주군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  /정인설  기자
환풍기와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륜산업 직원들이 지난 25일 전북 완주군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 /정인설 기자
전북 익산에 있는 농기계 부품 생산업체 동성사. 사양산업이라는 약점을 딛고 이 회사 매출은 2년 만에 45% 늘었다. 그린테크는 공급 과잉으로 대기업도 철수하는 열교환기 분야에서 외형을 2년 새 두 배로 키웠다. 삼성전자의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각각 농기계와 열교환기 품질 향상에 접목한 결과다.

용접기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오토스윙은 삼성전자의 지원 덕분에 세계 최초로 용접용 컬러 마스크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28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이 같은 혁신 결과를 발표했다. 허문영 사장은 “올초만 해도 폐업을 고민했는데 사업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며 “용접용 컬러 마스크를 양산하면 300억원대인 연 매출을 4년 내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업 고민하던 중소기업, '삼성 DNA' 심자 날았다
삼성전자가 2015년 시작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큰 성과를 내면서 중소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청 업체 수가 지난해부터 1800개를 넘어서자 연간 300개였던 지원 업체 수를 500개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전담 직원 수를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1만2000개에 달하는 자사 특허도 중소기업에 개방했다. ‘삼성의 혁신 DNA’가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자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규모를 더 키우기로 했다. ‘돈 잘 버는 회사’를 넘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창사 50주년(11월 1일)을 맞은 삼성전자의 변화 중 하나다.

사업 접으려던 오토스윙
"4년내 매출 300억→1000억 자신"


처음엔 모두 “삼성이라고 뭐 다르겠어”라고 반신반의한다. 삼성식 컨설팅이 시작되면 “대충 시간 때우다 돌아가겠지”라고 통과의례로 여긴다. 그러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한 달 내내 먼저 출근해 공장을 청소하고 야근까지 하면 비로소 마음을 연다. 이후 두세 달간 바꿔보자는 대로 해보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는 게 중소기업 대표들의 공통된 얘기다.

서울 가산동에 있는 용접기기 제조업체 오토스윙의 허문영 사장도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 최초로 컬러 용접 마스크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화가 핵심인 ‘스마트공장’ 사업이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폐업 고민하던 중소기업, '삼성 DNA' 심자 날았다
매출·고용 동시에 늘어

허 사장은 올해 초 국내에서 30년간 해온 용접기기 제조업을 접으려고 결심했다. 값싼 중국 용접기기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다. ‘어차피 망할 사업인데,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허 사장은 “일반 컨설팅 업체들은 비현실적인 대안만 늘어놓는데 삼성은 달랐다”고 했다. 실패 경험을 다 들어주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빗자루를 들고 공장과 화장실 청소부터 했다. 삼성전자 직원 여섯 명이 상주해 같이 밤샘하며 신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한 달간의 격론 끝에 삼성 휴대폰 카메라 기술을 용접용 마스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두 달 동안 삼성전자 직원 90여 명이 오토스윙을 방문해 공동 연구한 끝에 세계 최초로 컬러 용접 마스크 기술을 개발했다.

오토스윙은 28일 가산동 본사에서 이 같은 혁신 결과를 발표했다. 허 사장은 “내년 이후 컬러 용접 마스크를 양산하면 300억원대인 연 매출을 4년 내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북 익산에 있는 농기계 부품 업체인 동성사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덕분에 꿀맛 같은 두 달 휴가를 받았다. 지난 9월까지 올해 주문 물량을 모두 생산한 뒤 10월부터 두 달 동안 임시 휴업에 들어간 것.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에 회사가 일정액을 보태 급여도 보장받았다. 지난 3년간 삼성전자와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진행한 뒤 생산성이 높아져 가능한 일이었다.

품질도 크게 향상돼 기존 고객사인 동양물산뿐 아니라 LS엠트론, 동양기계, 일본 이케다 등으로 거래처를 넓혔다. 자연스레 매출도 2016년 71억원에서 지난해 103억원으로 45% 증가했다.

주목받는 삼성식 ‘공·생·해’

침구류 전문 업체인 도아드림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삼성 컨설팅을 받은 뒤 불량률을 33% 떨어뜨렸다. 동물 부화기를 제조하는 오토일렉스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협업한 끝에 부화기 핵심인 온도 및 습도 자동 조절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조향장치를 생산하는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의 조언대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을 32% 개선했다. 이 회사 이오선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일하기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직원이 줄었다”며 “경리직원 한 명 뽑는데 196명이 지원했을 정도”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세 가지 처방을 함께 쓴다.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현장을 혁신하며, 해외 판로를 개척해준다. 앞글자만 따 ‘공·생·해’ 전략으로 불린다. 양규석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은 “컨설팅도 하지만 직접 같이 뛰면서 실천과제를 이행하는 게 일반 컨설팅 업체와 다른 점”이라며 “컨설팅하는 동안에는 삼성전자 직원이 아니라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소속 직원인 것처럼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익산·완주=정인설/고재연/황정수 기자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