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의선의 첫 수소트럭…과거와 이별, '퍼스트무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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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6 넵튠' 수소트럭 첫 상용시장 도전
▽ '완성차 제조사' 낡은 이미지 버리고
▽ 세계 최상위 수소차 기술력 '퍼스트무버'
▽ 수소전기차·일반 전기차 투트랙 전략
▽ '완성차 제조사' 낡은 이미지 버리고
▽ 세계 최상위 수소차 기술력 '퍼스트무버'
▽ 수소전기차·일반 전기차 투트랙 전략
현대차가 미국에서 수소전기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을 공개했다. 수소 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수소전기차 상용시장을 열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이미 완성차 제조사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겠다고 선언한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시대 '퍼스트무버(Fast Mover)'로 맹렬히 질주 중이라는 평가다. 해외 유명 차 브랜드를 빠르게 답습하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도 함께 폐기했다. 먼저 시장을 지배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이 깔려있다.
◇ 정의선의 첫 수소트럭…전기차보다 강한 힘
28일(현지시간) 현대차가 미국 애틀랜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NACVS)’에서 공개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은 36톤에 달하는 거구다. 화물을 적재하고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수송용 대형트럭. 현대차는 8개의 수소탱크를 탑재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를 이루는 상용차 시장에 수소 트럭이 첫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시키는 일반 전기차는 힘이 다소 약해 많은 양의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운행하기 어렵다.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제한적인데, 차량 무게가 늘어나면 더 짧아진다. 주행거리를 늘리고자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차량 가격이 비싸지고 충전 시간은 길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소전기차는 수소탱크에 압축한 수소를 채우고,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만들어 동력원으로 삼는다.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무거운 짐을 싣는 화물차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차와 맞먹을 정도로 길고 충전 시간이 약 5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는 이점도 지녔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수소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나 배기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데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한다. 일례로 현대차 수소전기버스는 1회 충전으로 450km 주행이 가능하며 1km당 4.863㎏의 공기를 정화한다.
수소전기버스가 1년에 8만6000km를 주행하며 정화하는 공기는 41만8218kg으로, 성인 76명이 1년 동안 마시는 양에 해당한다. 기존 노후 디젤 상용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이지만, 수소전기 상용차는 대기오염 해결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 "100대 실패해도 된다"…수소 최상위 기술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시장 1위는 2018년 넥쏘를 선보인 현대차다. 현대차 외에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회사로는 도요타와 혼다가 있고 최근에는 독일 BMW도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쟁사들이 승용차를 선보였거나 개발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동안 현대차는 보다 긴 주행거리와 힘, 내구성을 요구하는 상용차를 선보일 정도로 격차를 갖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1998년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내다본 정 회장은 현대차 내부에 별도 조직으로 수소전기차 연구개발팀을 꾸렸고,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개발팀을 직접 찾아가 "100대를 실패해도 된다"고 말했던 일화는 아직까지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당시 수소전기차 개발비용이 대당 3억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수소전기차에 현대차의 미래를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전략은 보다 정교해졌다. 수소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강한 힘을 내지만, 가격이 전기차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때문에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를 트럭과 고속버스 등 대형 상용차나 선박, 철도, 지게차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 상용차 부문에서 수소전기차 10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수소전기차·일반 전기차 투트랙 전략
대신 승용차 부문에서는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는다. 비교적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 만큼 인재 영입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했다.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알버트 비어만 사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칼 토마스 노이먼 이사 등 거물급 외국인 CEO도 대거 영입했다.
활발한 투자에 2014년 15위에 그쳤던 현대차그룹의 세계 전기차 시장 순위는 올해 상반기 5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0.9%에 불과하던 점유율도 6.5%로 늘어났다. 2025년까지 전기차 기업 2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노이먼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는 "수소전기차 시장과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퍼스트무버"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수소전기차와 일반 전기차가 동시에 성장하며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 패스트팔로워에 머물던 현대차가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를 여는 퍼스트무버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이미 완성차 제조사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겠다고 선언한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시대 '퍼스트무버(Fast Mover)'로 맹렬히 질주 중이라는 평가다. 해외 유명 차 브랜드를 빠르게 답습하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도 함께 폐기했다. 먼저 시장을 지배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이 깔려있다.
◇ 정의선의 첫 수소트럭…전기차보다 강한 힘
28일(현지시간) 현대차가 미국 애틀랜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NACVS)’에서 공개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은 36톤에 달하는 거구다. 화물을 적재하고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수송용 대형트럭. 현대차는 8개의 수소탱크를 탑재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를 이루는 상용차 시장에 수소 트럭이 첫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시키는 일반 전기차는 힘이 다소 약해 많은 양의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운행하기 어렵다.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제한적인데, 차량 무게가 늘어나면 더 짧아진다. 주행거리를 늘리고자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차량 가격이 비싸지고 충전 시간은 길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소전기차는 수소탱크에 압축한 수소를 채우고,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만들어 동력원으로 삼는다.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무거운 짐을 싣는 화물차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차와 맞먹을 정도로 길고 충전 시간이 약 5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는 이점도 지녔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수소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나 배기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데다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한다. 일례로 현대차 수소전기버스는 1회 충전으로 450km 주행이 가능하며 1km당 4.863㎏의 공기를 정화한다.
수소전기버스가 1년에 8만6000km를 주행하며 정화하는 공기는 41만8218kg으로, 성인 76명이 1년 동안 마시는 양에 해당한다. 기존 노후 디젤 상용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이지만, 수소전기 상용차는 대기오염 해결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 "100대 실패해도 된다"…수소 최상위 기술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시장 1위는 2018년 넥쏘를 선보인 현대차다. 현대차 외에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회사로는 도요타와 혼다가 있고 최근에는 독일 BMW도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쟁사들이 승용차를 선보였거나 개발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동안 현대차는 보다 긴 주행거리와 힘, 내구성을 요구하는 상용차를 선보일 정도로 격차를 갖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1998년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내다본 정 회장은 현대차 내부에 별도 조직으로 수소전기차 연구개발팀을 꾸렸고,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개발팀을 직접 찾아가 "100대를 실패해도 된다"고 말했던 일화는 아직까지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당시 수소전기차 개발비용이 대당 3억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수소전기차에 현대차의 미래를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전략은 보다 정교해졌다. 수소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강한 힘을 내지만, 가격이 전기차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때문에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를 트럭과 고속버스 등 대형 상용차나 선박, 철도, 지게차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 상용차 부문에서 수소전기차 10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수소전기차·일반 전기차 투트랙 전략
대신 승용차 부문에서는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는다. 비교적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 만큼 인재 영입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했다.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 유럽 최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알버트 비어만 사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칼 토마스 노이먼 이사 등 거물급 외국인 CEO도 대거 영입했다.
활발한 투자에 2014년 15위에 그쳤던 현대차그룹의 세계 전기차 시장 순위는 올해 상반기 5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0.9%에 불과하던 점유율도 6.5%로 늘어났다. 2025년까지 전기차 기업 2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노이먼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는 "수소전기차 시장과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미 퍼스트무버"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수소전기차와 일반 전기차가 동시에 성장하며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 패스트팔로워에 머물던 현대차가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를 여는 퍼스트무버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