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외 지역에 속속 칼리프 들어설 가능성

카리스마를 지닌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으로 세계 각지 IS 지부의 '독립'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포린폴리시(FP)가 28일 전망했다.

IS 전사들은 그동안 그들이 특정 개인이 아닌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바그다디가 IS 조직에 모종의 카리스마를 행사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이제 그가 사라진 상황에서 IS의 활동이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FP는 분석했다.

FP는 또 지난 2004년 바그다디가 미군에 체포돼 부카기지의 이른바 '지하드 대학' 수용소에 수감됐었으며 수감 당시 미군 의료진이 그의 볼 안을 문질러 DNA를 채집했고 지난주 말 그의 제거 작전에서 이를 유용하게 사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FP는 바그다디의 사망으로 예상되는 국제적인 결과로 IS와 연계된 각 지부에 대한 중앙본부의 지휘와 통제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라 일부 지부는 보다 독립적인 노선을 걷거나 일부는 그들이 이전에 치중했던 '지역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그다디 사후 IS 각 지부 독립성 강화할 듯
FP는 또 바그다디가 지난 5년간의 '칼리프' 재임 중 드문 연설과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개인적 숭배신앙을 앞세워 전 세계로부터 지원자를 모집했었다면서 이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후계자를 선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차원에서 지원자 모집과 IS의 조직적 단합을 유지할 지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유사 테러 집단인 알카에다로 알카에다는 지난 2011년 5월 역시 미 특수부대에 의해 수괴 오사마 빈라덴이 사망한 이후 오랫동안 이인자였던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대를 이었으나 자와히리는 알카에다 조직을 계속 국제적으로 유지할 만한 빈라덴 차원의 카리스마와 단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알카에다 사례를 보듯 IS도 불가피하게 중앙통제력이 약화하면서 각 지부가 중앙의 지시를 무시하고 지역적 이익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장인 아부 무삽 알-자르카위는 자와히리로부터 분파주의를 질책받았으나 이를 무시했으며 결국 알카에다로부터 불만 세력이 IS로 분리 독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는 각 지부의 재정 상황이다.

FP는 IS 핵심 그룹이 생존 차원에서 각 지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부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망했다.

필리핀 지부처럼 핵심 그룹에 재정을 제공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들의 구역에 '칼리프'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지하디스트들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중동지역에선 이제 칼리프가 들어설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칼리프가 무너진 이후 오히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IS 세력이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공화국과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IS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수억달러의 자금과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운용해온 바그다디의 사망으로 IS가 단기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현재의 조직원들과 지부를 전 세계 알카에다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에 빼앗길 위험도 있다고 FP는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