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토론회
열여덟살에 강요되는 홀로서기…"돈보다 '관계망' 필요"
"정책 결정자들은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자본금과 주거공간만 지원하면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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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여러 보호종료 청소년을 인터뷰한 신선(26)씨는 29일 아름다운재단이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연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토론회에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충분한 교육과 인적 지원을 강조했다.

신씨는 보호종료 청소년이었다.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이나 그룹홈,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은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돼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자립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2016년 아동자립지원단(현 아동권리보장원)의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 청소년은 평균 700만~1천100만원의 자립지원금을 받았다.

조사대상 10명 중 3명(28.2%)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취업자의 월 평균소득은 123만원으로 당시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신씨는 "한 달에 용돈 3만원을 관리하던 아동에게 하루아침에 1천만원 가까운 돈이 생기면 철저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설 안에서 소비가 통제돼왔던 아동들의 경우 돈을 2~3달 만에 탕진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취업 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도 조언을 구하거나 기댈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은 "시설 퇴소 전 경제교육 등을 제공하긴 하지만 교육 때는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막상 현실에 부닥쳐 결정해야 할 때는 믿고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이어 "청소년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주고 이후 결과를 책임지게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며 "자아정립기인 청소년들이 보호아동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든든한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시설에서 퇴소하는 시점에 지원을 집중하는 현재의 지원 방식은 '공급자 중심'이라며 위급한 순간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도록 지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위원은 "성 소수자, 외국인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미디어 재현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은 있지만 소위 '시설 출신'이나 '고아'가 매체에서 재현되는 방식은 모니터링되고 있지 않다"며 "편견을 성찰할 수 있는 사회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