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 든 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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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취임한 건 작년 4월입니다. 취임 일성은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등에 따라 한전 실적이 완전히 꺾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한전의 경영 상태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작년에 6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928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요. 한전과 정부는 “국제 연료비 상승 때문”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을 외부 변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닙니다.
김 사장은 돌연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한전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할인 제도를 없애겠다. 용도별 원가도 전부 공개하겠다.”고 선언했지요. 더 이상 ‘정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란 걸 분명히 한 겁니다.
한전의 특례 할인 제도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와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등 다양합니다. 작년에만 1조1500억원 어치를 사회적 약자및 정부 정책 지원에 썼습니다. 이걸 전부 중단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특례 할인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지와 정부 정책은 정부 돈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놨지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적어도 2050년까지는 원전을 끌고 가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응하려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김 사장의 ‘돌출 발언’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각종 할인 폐지 및 전기요금 원가 공개 등이) 정부와 협의된 사안이 아니다.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틀 안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에너지 업계에선 한전의 ‘특례 할인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례 할인 중에는 공기업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요금 할인 폐지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습니다.
그럼 김 사장의 이런 발언이 갑자기 왜 나왔을까요. 경영 악화 및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까지 당한 김 사장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겁니다. 탈원전, 한전공대 설립,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공박할 수 없으니 ‘특례 할인 폐지’란 우회 수단을 들고 나온 것이죠. 결국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건 정부 책임인 만큼 한전으로서도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소액주주들에게도 “한전 역시 수익 개선을 위해 할 일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막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효과도 있구요.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했던 김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뒤 민간 영역에서 일하다 한전 대표를 맡은 인물입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행시 32회)보다 훨씬 선배이죠. 김 사장의 임기는 2021년 4월까지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김 사장은 돌연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한전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할인 제도를 없애겠다. 용도별 원가도 전부 공개하겠다.”고 선언했지요. 더 이상 ‘정부의 꼭두각시’가 아니란 걸 분명히 한 겁니다.
한전의 특례 할인 제도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와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등 다양합니다. 작년에만 1조1500억원 어치를 사회적 약자및 정부 정책 지원에 썼습니다. 이걸 전부 중단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특례 할인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복지와 정부 정책은 정부 돈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놨지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적어도 2050년까지는 원전을 끌고 가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응하려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김 사장의 ‘돌출 발언’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각종 할인 폐지 및 전기요금 원가 공개 등이) 정부와 협의된 사안이 아니다.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틀 안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에너지 업계에선 한전의 ‘특례 할인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례 할인 중에는 공기업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요금 할인 폐지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습니다.
그럼 김 사장의 이런 발언이 갑자기 왜 나왔을까요. 경영 악화 및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까지 당한 김 사장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겁니다. 탈원전, 한전공대 설립,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정면으로 공박할 수 없으니 ‘특례 할인 폐지’란 우회 수단을 들고 나온 것이죠. 결국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건 정부 책임인 만큼 한전으로서도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소액주주들에게도 “한전 역시 수익 개선을 위해 할 일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막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효과도 있구요.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했던 김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뒤 민간 영역에서 일하다 한전 대표를 맡은 인물입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행시 32회)보다 훨씬 선배이죠. 김 사장의 임기는 2021년 4월까지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