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연예 댓글 폐지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연예 댓글 폐지 /사진=연합뉴스
"네이버 해킹 ID는 개당 800원, 다음 해킹 ID는 300원입니다."

대형 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 및 댓글 조작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킹 ID 거래, ID 생성 프로그램 판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브로커들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포털 ID 거래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카카오는 최근 연예섹션 뉴스 댓글과 카카오톡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잠정 폐지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음성적 ID 거래를 근절하지 않는 한 악성 댓글(악플)은 물론이고 포털 실검·댓글 조작 논란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다. 카카오까지 움직인 마당에 업계 1위 네이버가 댓글·실검 체계 개편과 함께 불법 ID 매매 방지 개선책을 적극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해킹 ID 건당 800원, 2~3시간만 사용 가능"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ID 거래는 브로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구글, 트위터 등에서 '네이버, 다음 ID 판매', '네이버 ID 생성 프로그램' 등을 검색하면 판매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따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담과 판매를 진행한다. 기자는 지난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들 판매자와 접촉해봤다.

포털 ID는 두 가지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해킹한 ID를 사는 것. 구매를 문의하는 기자에게 판매자 2명이 네이버 해킹 ID를 건당 800원에 팔겠다고 제시했다. 다음 ID는 이보다 저렴한 300원. 최소 구입 수량은 네이버가 50개, 다음이 200개였다. 최소 구입 수량 기준 4만~6만원으로 해킹 포털 ID를 수십~수백개 살 수 있다.

단 해킹 ID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라고 했다. ID와 비밀번호를 해킹한 것이어서 기존 이용자가 사용을 정지시키거나 포털이 운영하는 해킹 관련 보호시스템에 걸릴 수 있다.

브로커 A씨는 1개월 이상 해킹 ID를 사용할 생각이라면 장기휴면 계정 ID를 사라고 권유했다. 브로커들은 이를 '반영구휴면 ID'라 표현했다. 역시 해킹으로 수집한 ID다. 원래 ID 보유자가 해킹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도 크게 뛴다. 네이버의 반영구휴면 ID의 경우 개당 가격은 1만5000원, 최소 구입 수량은 10개라고 소개했다.

◆ ID 생성 프로그램 30만원…포인트 충전해 사용

ID를 구매하는 두 번째 방법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이 언급한 '포털 ID 생성 프로그램'이다. 기자가 접촉해본 3개 업체는 이 프로그램 값으로 30만원을 불렀다.

박 의원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한대 ID 생성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ID를 계속 생성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B업체는 "프로그램 구입시 3만 포인트(P)를 제공하고 ID 한 개를 만들면 200P씩 차감한다. 네이버 ID는 150개 만들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박성중 의원실에 문의해 국감에서 언급한 업체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알고보니 기자가 접촉한 업체 중 한 곳이었다. 이 업체 역시 프로그램 구매 비용은 30만원, 1만P를 제공했다. 네이버 ID는 한 건 인증 시 500포인트를 차감해 총 20개 ID를 만들 수 있었다.

업체들은 무한대로 ID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했다. 포인트를 모두 소진한 이후에는 최소 3만원(수수료 1만원 포함)씩 충전해 ID를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실제 구입해서 사용해본 것은 아니다. 업체 설명을 참고해 국감에서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 ID 매매는 명백한 '범죄'…누군가는 피해 입어

기자도 실제로 해킹 ID나 ID 생성 프로그램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해킹 ID를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장애 유발 행위) 위반이다. 포털이 '업무방해'로 고소할 수도 있다. ID 생성 프로그램 매매 역시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장애 유발 행위) 위반은 물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네이버 ID 수천개를 구입해 지식인(iN) 서비스에 광고 글을 올린 마케팅 업체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ID 매매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프로그램을 샀다가 처벌 받으면 어떡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브로커 C씨는 "이미 250명 고객이 사용 중이다. 포털이 대량 생성 ID를 잡아내지만 우리 회사는 노하우가 있어 쉽게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필요하면 원격제어로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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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 보다 적극적 방지책 내놔야"

네이버와 다음은 대량 생성 ID, 비정상적 로그인, 불법·상업성 게시물 대략 작성 등에 대한 ID 보호 조치를 시행 중이다.

네이버는 대량 생성 ID로 판단될 경우 로그인을 제한한다. 이를 해제하려면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킹 ID나 생성 ID는 인증이 불가능하다. 다음도 네이버와 유사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포털의 이같은 조치가 해킹 ID 판매, 불법 ID 생성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포털 시스템으로는 불법 ID를 완벽히 걸러내는 게 불가능해보인다"며 "단순 검색만으로도 ID 판매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포털 방지책이 허술한 면이 있다는 얘기"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실검 폐지를 시작으로 뉴스·검색 서비스 개편에 착수했다. 네이버도 정책 개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뉴스·검색 개편에 그치지 말고 ID 불법 매매에 대한 사전·사후 조치를 강화하는 등 완벽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조작 논란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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