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돼 반도체 생산 10% 감소할 경우 GDP 최대 0.384% 줄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적용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우려했던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이를 통해 촉발된 불매운동 등으로 일본의 관련 업종에 매우 큰 타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0일 '일본 수출규제 100일의 경과, 영향 및 향후 대응'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8월 28일에는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런 조치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첫 조치 후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KIEP는 평가했다.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 고순도 불화수소는 국내기업이 확보한 재고, 국산화를 포함한 공급처 다변화 등으로 아직 큰 영향이 없다고 봤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본기업이 생산하는 것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소재의 재료 물질이기에 역시 영향이 미미하다고 봤다.

포토레지스트는 일본기업의 해외공장, 대만 등에서 조달할 수가 있다고 KIEP는 분석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생산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일본계 자금이 유입된 국내 기업들이 재무구조가 나아진 상태여서 일본계 자금 유출에 따른 파급 효과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
KIEP는 오히려 불매운동 등으로 일본 측의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의류·맥주·자동차 등 업종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한국 내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이 지난 8월 48%(작년 동월 대비) 급감하자 오키나와(沖繩) 등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행사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IEP는 아직 피해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조치가 계속되면서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나타날 구체적인 영향도 살펴봤다.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약 0.320∼0.384% 줄어들고, 수출도 약 0.347∼0.57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해 화학·전자·기계 산업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이 5% 감소하면 한국의 GDP는 0.015∼0.020%, 수출은 0.026∼0.036%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문제 삼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지만, 1심과 2심을 모두 거칠 경우 결론까지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KIEP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동아시아 전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떄문에 갈등을 해소할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일본의 조치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한 체질 개선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