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남천성당 입구는 이른 오전부터 청와대 경호실의 통제가 이뤄졌다. 정장 상의 왼쪽 깃에 십자가 근조 스티커를 붙인 경호실 관계자 7~8명이 성당 입구 주변에 배치됐다. 조문객들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도 이른 아침부터 성당 앞을 지켰다. 이날 오전 5시40분께 성당을 찾은 문 대통령은 새벽미사와 위령기도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전 6시55분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문을 왔지만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조문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저녁에 이어 두 차례나 빈소를 찾았다. 빈소 인근에 관저가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역시 성당 안까지는 진입했지만 조문은 하지 못한 채 돌아섰다. 지난 29일 밤 빈소를 찾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날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40년지기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뿐이었다. 다만 이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침울하게 계신다”며 “대통령을 뵀지만 조문은 안했다”고 했다.
애도의 뜻을 전하러 온 시민들도 마음만 전한 채 직접 조문을 하진 못했다. 오전 8시53분께 빈소를 찾은 한 시민은 “(경남 양산)사저 바로 옆에서 산다”며 “미사도 드리고 조문도 하고 싶다”고 했지만 경호처 관계자는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 유족의 뜻이라 이해 부탁드린다”며 “정부 인사들도 다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결국 빈소가 아닌 일반 미사를 보는 본당 쪽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진행된 일반 미사에는 문 대통령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 의원 오셔도 원칙적으로 정중히 거절할 수 밖에 없다. 5부 요인도 똑같다”며 “조문은 가족에 한해서만 원칙적으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빈소가 마련된 성당 안쪽에는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를 비롯해 친척으로 보이는 유가족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화·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졌지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로 된 조화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조화가 전달돼 청와대 측이 정중한 사과 끝에 돌려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가족 이외에 손삼석 천주교 부산교구장을 비롯해 김희종 대주교 등 7대 종단 대표자 20여 명의 조문은 허용됐다. 문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인 송기인 신부도 이에 앞서 빈소를 찾았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오랜 기다림 끝에 조문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문 대통령에게 “정 대표가 와서 오래 기다렸다”고 보고 하자 문 대통령은 “오래 기다리셨으니 뵙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부인 민혜경 여사, 박주현 수석대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았고 25분 간 밖에서 기다렸다. 조문을 마친 정 대표는 “훌륭하신 어머니를 여의시고 애통한 심정이 크실 거 같다. 위로 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조문했다”며 “어머니께서 5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셔서 어떻게 보면 어머니께서 참 복이 많으신 분이고, 그래서 그런 문재인 대통령 같은 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많이 무거우실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표정을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주셨다”고 답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