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윤모(52)씨가 30일 3차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화성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수원시 광역수사대에서 윤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윤 씨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윤 씨와 함께 출석해 8차 사건 진범이 이춘재라고 확신하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춘재의 자백이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해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데, 그 모습이나 주변 현장이 말해주는 사실과 이춘재의 자백이 들어맞는다"며 "이춘재의 자백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을 담고 있지만, 당시 윤 씨의 자백이 담긴 조서를 보면 너무나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경찰이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의 모습을 10개월 뒤 윤 씨를 검거했을 때 왜곡했다"며 "윤 씨의 신체 상황(다리가 불편한 부분) 때문에 사건 현장과 모순이 됨에도 불구, 교묘하게 사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당시 경찰과 지금의 경찰을 동일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하려고 하는 만큼 윤씨도 이들을 믿고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이번 주 예정된 시사 프로그램 방송 후에 더 자세한 내용을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준비해 온 화성 8차 사건 재심과 관련, 이르면 다음 주께 재심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윤 씨는 "30년이 흘러서 기억을 더듬기 힘들다"고 참고인 조사 소감을 말한 뒤 소아마비로 인해 불편한 다리로 절뚝거리며 광수대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26일 2차 참고인 조사에 이어 이날 과거 화성 8차 사건 당시 허위자백을 했는지,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또 화성 8차 사건 현장이 피해자가 이사 오기 전 이춘재의 친구가 살았던 곳이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와 관련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윤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더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수원지법에서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