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오는 12월 기업공개(IPO)를 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12월 11일부터 사우디 증시에서 주식 거래가 시작된다. 다만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놓고 사우디 왕실과 투자자 사이에 이견이 있어 일반공모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아람코의 주식 거래가 12월 11일 사우디 주식시장인 타다울 증권거래소에서 개시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아라비야는 “사우디 정부는 11월 3일 이 같은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같은 달 17일까지 최초 공모가를 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람코는 사우디 왕실이 100% 지분을 보유한 국영 석유회사다. 글로벌 기업 중 순이익 1위로 꼽힌다. 작년 매출 3559억달러, 순이익 1110억달러를 거뒀다. 애플의 작년 순이익(595억달러)보다 두 배가량 많다.

2016년 아람코의 첫 IPO 시도는 실패했다. 당시 유가 하락과 글로벌 증시 위축 등으로 아람코의 기업 가치 평가액이 사우디 왕실의 기대치 2조달러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다시 IPO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번엔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지난달 아람코의 핵심 석유 시설이 드론으로부터 공격받으면서 아람코 생산 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람코가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건 사우디 최고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아람코 IPO를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IPO 자금으로 석유가 아닌 다른 산업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사우디 왕실은 아람코 상장을 통해 1000억달러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달러로 보고 왕실 보유 지분 5%를 공모 투자자에게 매각한 대금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였던 2014년 중국 알리바바의 조달 금액(250억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다만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월 상장에선 왕실 지분 1~2%만 공모가 이뤄진다. 최대 4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계획이 없다.

외신들은 아람코의 IPO가 기업 가치 평가 때문에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왕실의 기대치와 투자자의 평가액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은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1조2000억~1조5000억달러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여긴다”며 “사우디 왕실의 2조달러와의 차이를 메워야 상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