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참여한 모든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지원 사업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을 알려줄 수 있지만 ‘보증수표’를 끊어줄 순 없기 때문이다. 현장을 뛰고 있는 삼성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공의 열쇠는 ‘변하려고 하는 의지’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끝없이 도전해야 비로소 ‘생산성 향상’이란 열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 사업의 과실을 맛본 중소기업 사장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배종윤 오토일렉스 사장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첫 번째 덕목으로 ‘신뢰’를 꼽았다. 그도 처음부터 삼성에서 나온 전문가들을 100% 믿은 건 아니다. 2016년께 A공공단체가 소개한 스마트공장 구축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수천만원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다. A단체는 조류 부화기 완제품을 생산하는 오토일렉스에 부품 업체에 적합한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을 소개했다. 당시 구축한 ERP는 무용지물이 됐다. 배 사장은 “A단체 사람들은 두세 번 공장을 방문하고선 스마트공장 사업을 끝냈다”며 “이에 비해 삼성 전문가들은 두 달간 매일 공장에 나와 회사 문제를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개선책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원하는 것’을 먼저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농기계 모듈 생산업체 동성사의 정철영 사장은 평소 ‘협력사의 역량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7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협력사도 지원해달라’고 삼성에 요청했다. 삼성은 동성사 협력업체에도 ‘재고 현황 실시간 파악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등 품질·원가 관련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제공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소극적인 임직원을 다독이고 이끌어가는 일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사장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초기엔 대다수 임직원이 ‘하던 대로 하는 게 좋다’ 또는 ‘내가 최고’란 생각을 하고 삼성에서 나온 전문가들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배 사장은 “사장이 나서 임직원을 설득하고 다독이지 않으면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며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아연도금업체 동아플레이팅의 이오선 사장은 “‘투자금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비의 60%는 1억원 한도에서 삼성과 정부가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해당 기업이 조달해야 한다(상시근로자 9인 이하 기업은 예외). 이 사장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지원금이 5000만원이라면 회사는 1억원 이상 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