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SDC 2019)’가 열린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새너제이컨벤션센터. 정혜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상무가 총 10명의 기조연설 연사 중 일곱 번째로 연단에 서자 참석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올해 새로운 혁신 제품은 더 이상 없다’고 짐작한 듯했다.
위아래로 접는 삼성폰, 주머니에 쏙…가격 100만원대 전망 "폴더블폰 대중화"
어색한 분위기를 환호성으로 바꾼 건 24초짜리 영상 한 편이었다. 정 상무가 “삼성이 놀라운 기술 혁신으로 폴더블폰을 콤팩트하게 만들었다”며 공개한 새 폴더블폰 영상이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새 폴더블폰은 화면을 조개 껍데기처럼 아래위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이다. 지난해 11월 SDC 행사에서 좌우 화면을 열고 닫는 형태의 ‘갤럭시폴드’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지 1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개한 폴더블폰의 스펙, 출시 시기,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삼성에 정통한 소식통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휴대성을 개선한 새 폴더블폰을 내년 상반기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폴더블폰은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폴드’보다 크기가 작아지고 두께가 얇아졌다. 미국 언론들은 화면을 펼쳤을 때 디스플레이 크기가 갤럭시폴드(7.4인치)보다 작지만 갤럭시노트10(6.3인치)보다 큰 6.7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으로 관측했다. 영상에서는 절반 정도 접힌 상태에서도 동영상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만큼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쉽게 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예고한 것이다.

업계는 새 폴더블폰 공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차세대 폼팩터(제품의 구조화된 형태) 경쟁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첫 폴더블폰인 ‘메이트X’를 다음달 중순 자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협조가 어려워져 당분간 글로벌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 계획조차 밝히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모델 수를 늘려 판매가를 인하할 경우 갤럭시S, 갤럭시노트와 다른 별개의 시장이 조성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239만원인 갤럭시폴드 가격이 내년엔 10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혁신기술도 선보였다. 사용자환경(UI) ‘원UI 2’는 휴대폰을 조작하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세심하게 개선했다. 배경화면이 달라지면 시간과 날짜 정보가 눈에 잘 띄도록 글자 색상을 바꿔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주변 소리 키우기’처럼 장애인의 사용자환경을 배려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또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겠다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자사 모바일 기기와 IBM의 인공지능(AI)·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경찰관, 소방관 등 응급요원들의 심장 박동수나 신체활동 같은 생체상태를 추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