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병했던 지난달 중순 이후 단기 급등했던 양돈주들이 이달 들어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발병 전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ASF 확산이 돼지고기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지바이오 등 양돈株 '도로아미타불'
돼지고기값 급락에 우는 양돈주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팜스코는 4815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우리손에프앤지이지바이오의 이날 종가는 각각 2030원과 5280원이다. 이들 세 종목의 이달 하락률은 각각 15.07%, 22.37%, 9.58%다.

한국 증시의 ‘간판’ 양돈주로 꼽히는 이들 종목은 ASF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지난달 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크게 올랐다. 9월 16~30일 팜스코, 우리손에프앤지, 이지바이오의 상승률은 각각 15.12%, 12.47%, 6.95%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보다 공급 감소로 인한 돼지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꾸준히 하락 궤적을 그리면서 주가는 ASF 발병 직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돼지가격이 급락세를 탄 게 악영향을 미쳤다.

주요 양돈기업들의 사업 분야는 양돈, 돼지고기 유통, 양돈용 사료 판매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돼지고기 유통사업은 원재료값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양돈 및 사료사업은 수요 위축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돼지고기 관련 대부분 사업을 펼치고 있는 팜스코는 상반기 사료부문과 돼지고기 생산사업을 하는 계열부문 매출이 총 4569억원으로, 전체(5683억원)의 80.3%를 차지했다.

ASF 발병 직후 ‘반짝’ 상승했던 돼지가격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110㎏당 38만5000원이었던 돼지 산지가격은 지난달 18일 52만3000원으로 급등한 뒤 조정에 들어가 지난 29일엔 27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보유 중이던 양돈주 비중을 낮추고 있다. 가치투자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은 7.3%였던 팜스코 지분을 5.3%로 낮췄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CJ제일제당도 타격

종합 식품업체로 양돈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지 않은 CJ제일제당도 중국 등 전 세계적 ASF 확산의 악영향을 받고 있다. 라이신, 스레오닌, 트립토판 등 사료 첨가제를 생산하는 바이오 사업부문이 중국, 베트남 등의 돼지시장이 궤멸된 데 따른 후폭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영업이익은 94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164억원)보다 19.2%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선 바이오사업 부진 여파로 CJ제일제당의 3분기 실적도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아미노산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ASF 발생에 따른 생물자원 적자 지속 등이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매수 고려해볼 만”

증권업계 일각에선 “ASF 관련 종목에 대한 저가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살처분 등으로 인한 사료사업 부진 우려는 여전하지만, 돼지가격은 공급 부족 요인이 부각되면서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돼지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총 1736만 마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공급과잉 상태였는데, ASF 발병이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ASF 확산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내년엔 ASF발(發) 악영향이 올해보다 심하지 않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