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21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3분기 실적은 역대 최악을 나타냈지만 올해보단 내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사 최악 실적에도 증시 반등 왜?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 26일 1916.31로 연중 저점을 찍은 뒤 지지부진하다 이달 들어 반등폭을 키우며 2100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3분기 상장사 실적은 전체적으로 크게 나빠졌지만 당초 예상보단 덜 악화된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29일 기준)을 발표한 66개 기업 중 32개 기업(48.4%)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컨센서스를 웃도는 비율이 올해 1분기 38.1%, 2분기 47.5%보다 높아지고 있다. 컨센서스를 10% 이상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비율도 1분기 21.6%에서 2분기 27.0%로 높아졌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정보기술(IT)·반도체 업종이 선방하면서 3분기 실적 충격이 완화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출시효과와 중저가폰 라인업 강화 등에 힘입어 컨센서스(7조903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7조7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D램 등 반도체 재고도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4726억원을 거둬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5000억원을 밑돌았지만, 컨센서스보다 약 10% 높게 나와 양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주 대비 0.71% 떨어지는 등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도체와 IT하드웨어, 운송 업종 등은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동시에 높아졌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올해 상장사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내년도 실적 추정치를 높이고 있다. KB증권은 반도체 업황 호전과 기업의 이익률 개선 등으로 202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순이익은 올해보다 17% 늘어난 102조원으로 추정했다. 상당수 증권사에서 내년 코스피지수가 24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주가 흐름에는 내년도 실적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내년도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현재 주가에 반영돼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