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한샘 이끈 최장수 CEO 최양하 회장 '아름다운 은퇴'
모두가 말렸다. 부인도, 부모도 대기업에 남으라고 했다. 30세의 최양하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대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표를 던지고 연매출 수억원에 불과한 싱크대 제조기업 한샘의 생산과장으로 입사했다. 자신의 손으로 중소기업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엔 “사장이 되려고 간다”고 큰소리를 쳤다. 입사한 지 15년 만인 45세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25년간 ‘오너급 최고경영자(CEO)’로 흔들림 없이 한샘을 매출 약 2조원의 국내 1위 가구기업으로 키워냈다.

‘국내 최장수 CEO’ 타이틀을 보유한 최양하 한샘 회장(70·사진)이 입사 40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한샘은 30일 “최 회장이 31일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은 ‘업(業)의 변곡점’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경영자로 꼽힌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4년 ‘가구공룡’ 이케아 상륙 등 위기의 순간마다 과감한 사업 확장 전략으로 맞대응했다. 최 회장의 승부수는 2013년 가구업계 최초 ‘매출 1조 클럽’, 불과 4년 뒤 ‘2조 클럽’ 가입 등 눈부신 성과로 나타났다. 최근 가구시장 성장세가 갈수록 약화되자 ‘인테리어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한샘은 “최 회장이 CEO로 재직하는 동안 매출과 시가총액은 각각 15배, 50배 늘었다”고 밝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