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표들 잇따라 조문…文대통령 "고맙다" 황교안 "고인에 경의"

나경원·손학규·정동영·심상정 조문…李총리와는 돼지열병·한일관계 논의도
野 발길 속 與 조문은 정중히 거절…'최측근' 김경수·양정철도 발길 돌려
일각선 "통합 의지" 분석도…노영민, 野대표에 "조문오면 어떻게 거절하겠나"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 30일 야당 대표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차례로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고, 오후 늦게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나 야당 대표들의 발걸음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면서 '정당 대표'에 한해서만 조문을 받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하러 온 야당 대표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이나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들의 조문은 정중히 거절했으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통합 메시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한국당 황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28분께 김도읍 비서실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전희경 대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고인의 소천에 대해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강 여사께서는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때 대한민국으로 내려오셔서 엄혹한 시기에 연탄배달도 하고 계란 행상도 하며 어렵게 자녀들을 키우셨다고 들었다.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모친 빈소…'정중한 거절'에도 조문 잇따라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어 "문 대통령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문 대통령은 '먼 곳에 와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내려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기억이 났다"며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마음은 동일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마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이 '정국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나'라고 묻자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오후 8시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어머님을 잃으신 큰 슬픔에 대해 위로 말씀을 드렸다"며 "대통령 어머니께서는 대통령께서 정치를 시작한 다음 하루라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다고 한다.

어머님의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큰 어른이 상을 당하신 것이기 때문에 오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조문을 왔다"며 "대통령은 '먼 곳까지 조문을 와줘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도 도착했으나 '정치인 조문은 받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빈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조의를 표하고 명복을 빈다.

대통령이 상중이라 그런 생각하기 어렵겠으나,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국민이 좋아하고 원하는 정치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15분께는 평화당 정 대표가 박주현 수석대변인과 함께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오전 10시 45분께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에게) '훌륭하신 어머니를 여의시고 애통한 심정이 크실 것 같다.

위로를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며 조문을 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 25분께는 바른미래당 손 대표가 장진영 비서실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20여분간의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어머님이 고향 땅을 밟게 해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손 대표가 전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동행한 장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은 '손 대표가 통합주의자인 만큼 통합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오후 2시 30분께는 정의당 심 대표가 윤소하 원내대표와 함께 도착했다.

심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을 만나 "슬픔에 잠긴 문 대통령께 위로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을 잘 모시라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정치인들은 빈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전날 오후 11시 15분과 이날 오전 7시 등 두 번이나 남천성당을 찾았으나 조문하지 못했다.

이른바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8시께 김경수 경남지사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빈소 입구에 거의 도착했으나, 청와대 측에서 정중히 돌아가라고 요청해 발길을 돌렸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남천성당 입구에서 하차해 대기하다가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득에 따라 다시 차에 올랐다.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역시 성당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현재까지 정치인들 가운데서는 야당 대표들만 조문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조용한 장례식'을 원칙으로 정했더라도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정치논리를 떠나 먼 길을 찾아온 야당 대표들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이며,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통합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전화로 조문이 가능한지를 묻는 손 대표에게 "원칙적으로 정치인의 조문은 받지 않지만, 그래도 (손 대표가) 오시면 어떻게 거절하겠나"라는 언급을 했다고 손 대표가 전했다.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후 6시 53분께 '시민행동 소통버스'라는 문구가 적힌 버스를 타고서 빈소에 도착해 조문했다.

이 총리 등은 조문 후 빈소에서 식사하며 40여분간 머물렀고, 문 대통령은 옆에서 식사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은 편안하고 차분하셨다.

'어머님께서 편안한 상태로 주무셨다'고 말씀하셨고, 그동안 문 대통령과 어머님 사이에 있었던 여러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국정에 대한 당부가 나오지 않았나'라는 물음에는 "그런 것까지는 없었지만, 저희가 몇 가지 보고를 드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한일관계 등에 대해 약간의 말씀을 나눴다"며 "이미 대통령도 다 알고 계신 것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오후 8시 참모진을 대표해 조문했다.

아울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도 이날 오후 9시 35분께 빈소를 찾았다.

약 35분 후 빈소를 나온 윤 실장은 '안에서 무슨 말씀을 나눴나',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등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수고하시라"고 답하고 떠났다.

또한 교계 관계자들이 조문했을 때 문 대통령이 빈소 입구까지 나와 식사를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