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티, 택시업계 지지 큰 경쟁력…타다와 대조적
31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달 초 서울‧경기‧인천에서 11인승 대형 승합차 호출서비스 '카카오T 벤티'를 내놓는다. 승합차 기반 호출서비스란 점에서 이용자 입장에서는 타다와 흡사한 모델이다.
우선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타렉스 2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출시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차종은 스타렉스와 카니발로, 택시 법인회사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인승 카니발로 렌터카 호출서비스를 해온 타다는 검찰의 불법 판단으로 인한 영업 차질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강력한 후발주자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을 벌이게 됐다. 다만 업계는 후발주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타다보다 수월하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택시업계와의 협력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를 이뤄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가 우군으로 돌아섰다. 특히 벤티 서비스를 위해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택시 면허를 가진 기사들이 속한 법인 택시회사와도 협력을 진행 중이다.
때문에 벤티를 향한 택시기사들 반응도 우호적이다. 올 8월부터 시작된 벤티 서비스 수시 기사 채용에는 현재까지 3000여명의 택시 기사들이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벤티는 (타다와 달리) 택시 면허가 있어야 기사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사납금을 내야 하는 택시와 달리 세전 260만원 월급제 시행에 일정 매출 이상일 경우 인센티브도 지급할 예정이라 기사들 기대가 크다"고 귀띔했다. 택시업계 반발로 올해 말까지 증차 계획을 유보해야 했던 타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앞서 타다는 타다 베이직을 1만대 증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택시업계 반대와 국토부 경고로 역풍을 맞았다. 검찰까지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판단해 사실상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처럼 기존 제도권과의 합의, 이를 위한 충분한 자본 확보 없이는 모빌리티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 현실에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내변호사회 멘토링 세미나에서 "사업을 하고 투자를 받으려면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뭘 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중소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도 "자본력이 없는 곳은 택시 면허 하나 받기도 어렵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택시 면허를 매입할 순 없지 않느냐"며 "이대로 가면 모빌리티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만의 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