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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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주식시장 폐장 시간을 오후 세 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3년 전 거래시간 연장에도 거래량 증가 등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업계에선 근로시간만 늘었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좀더 지켜 봐야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거래시간이 길어질 수록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져 거래량이 늘 것이란 기본적인 시장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증권가에선 모바일 트레이딩의 급증과 해외 주식 거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내주 설문 후 본격 착수

31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주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주식시장 마감 시간을 3시로 앞당기기 위한 투자자 설문을 진행한다. 한국거래소도 설문조사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설문 대상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로, 한국갤럽이 진행한다. 김 의원은 “거래시간 단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단 판단”이라며 “마감시간 단축 의견이 더 많을 경우 정치권, 유관 기관 등과 거래시간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작년부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금투협 등이 참여한 거래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등과 2016년 8월1일부터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중화권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정규장 매매시간이 종전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서 6시간30분(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늘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주식시장 거래량은 감소했다. 거래시간 연장 전 1년 동안(2015년 8월1일~2016년 7월31일)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4억3616만주였다. 이듬해(2016년 8월1일~2017년 7월31일) 일평균 거래량은 3억5964만주로 17.5%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 대금도 4조8044억원에서 4조7647억원으로 감소했다. 거래소는 당시 거래금액 증가액이 하루 평균 2600억~6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까지도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마감시간 연장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 매력 저하가 문제”

거래소와 정부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이유는 휴대폰 등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엄지족’이 늘어서다. 과거 전화와 컴퓨터로 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보완적인 수단이었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주 거래 통로가 됐다. 한 증권사 사장은 “직장인들은 주로 휴대폰을 통해 업무 중 매매를 하고 있다”며 “오전 시간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MTS를 이용한 주식 거래 비중(체결량 기준)은 2010년 3.8%에서 작년 40.2%로 증가해 HTS 비중(43.3%)에 거의 근접했다.

해외 주식 거래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72조6000억달러 수준이었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액은 지난해 170만70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은 실적 및 수급 등 시장상황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없어진 게 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과 맞추는 효과”

증권사 업계와 기관투자가들은 매매시간을 원위치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외 근무 없인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는 오전 9시 열리는 주식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통상 오전 7~8시에 출근한다. 주 52시간 제도 하에선 늦어도 오후 5시에 퇴근해야 한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시 폐장시간이 30분 연장되면서 잔업처리를 하고 나면 퇴근시간이 6시 이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작년 10월 증권사 직원 25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감시간 연장 이후 71.7%(1845명)가 시간외 근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어떤 대안이 나와야 하는 질문엔 “거래 시간을 원위치 시켜야 한다(67.5%)”거나 “점심시간에 휴장해야 한다(16.3%)”고 주장했다. 한국의 주식 거래시간이 대만(5시간30분), 일본(5시간), 중국(4시간) 등에 비해 너무 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불과 3년 만에 다시 거래시간을 줄이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량 증가를 위해 연장된 건 아니다”라며 “중국 장 마감 시간인 오후 4시(현지시간 오후 3시) 와 최대한 맞추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재구축 등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좀더 효과를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섭/오형주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