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할리우드 상륙한 '기생충'…봉준호 "실감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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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돌비극장 코앞에서 시사회…현지 미디어·비평가 열광
"송강호 등 배우들 에너지 덕분"…'짜파구리' 등 뒷얘기 쏟아져
30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중심가에 위치한 이집션 시어터(Egyptian Theatre).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매년 오스카(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 돌비시어터(옛 코닥극장)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바닥 프린트로 유명한 TCL 시어터가 있는 거리다. 이날 할리우드 블루버드에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의 본고장 한복판에서 내년 2월 오스카에 도전장을 내는 봉준호 감독이 마침내 '입성'을 알린 현장이다.
LA한국문화원(박위진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LA센터(김철민 센터장), 미국배급사 네온(NEON) 등이 시사회를 마련했다. 현지 미디어와 비평가, 할리우드 영화인 등 수백 명이 자리한 시사회장에서는 종영 후 갈채가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과 기정 역의 배우 박소담이 시사회 직후 질의응답에 나섰다.
LA타임스 비평가 저스틴 창이 Q&A를 진행했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에 온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오늘 이렇게 2층까지 꽉 채워주신 걸 보니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초반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외' 얘기가 먼저 나왔다.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이미 미국에도 소개된 지 오래다.
진행자가 봉 감독에게 대학시절 과외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봉 감독은 "부잣집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남자아이였는데 부모님 안 계실때 집 투어를 시켜주더라. 침실도 보여주고. 안 그래도 되는데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남의 가정에 침투한 느낌이랄까, 사생활을 보게 되니까"라고 답했다.
감독의 청년시절 과외 경험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침투'(infiltration)란 단어를 현지에서 언급하자 "다른 가정 속으로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느낌이다.
가족들이 하나씩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그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봉 감독은 "영화 속 두 가정이 비슷하듯 다르다.
가난한 집에선 여자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강하고 부잣집은 표면상 모던하고 세련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남편은 부인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아내는 남편을 상사처럼 두려워한다.
철저히 수직적 관계다.
"라면서 '기생충'에 '젠더 이슈'가 녹아있음을 내비쳤다. 할리우드 비평가들에게 촬영 뒷얘기도 하나씩 베일을 벗었다.
빈민가 반지하방의 오물이 넘치는 홍수씬은 깨끗한 물을 워터탱크에 넣어 찍었다고 털어놨다.
러닝타임에서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부잣집은 한 마디로 그 자체가 '작은 유니버스'인데, 건축가 조언을 듣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봉준호는 전했다.
그는 "유명한 예술가의 집에 산다는 걸 뽐내고 싶어하는 부부의 캐릭터가 집 그 자체로 드러나게 해야만 했다.
그러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가구나 소품을 무척 비싼 걸 대여해서 프로듀서가 스태프들에게 항상 '기스'(스크래치) 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다녔다"고 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수입한 쓰레기통이 200만원(2천달러 정도) 나간다고 하자 탄성도 나왔다.
국내엔 많이 알려졌지만 할리우드엔 새로운 얘깃거리였다.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워낙 리얼리즘을 추구해 주인공 가족의 반지하방 주변엔 실제 음식물 쓰레기 봉투까지 갖다놓았다고 한다.
봉 감독은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웃음)"라고 했다.
이어 '기생충'의 활약상을 온전히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영화가 기계적이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우리 생생한 배우들의 몫입니다.
다소 무례한 비유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꽉 짜여진 스토리보드와 정교한 플랜이 있어도 엄청난 에너지의 물고기들은 펄떡거립니다.
우리 배우들이 아마도 그런 에너지를 뿜어낸 겁니다."
특히 기택 역의 송강호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찬사가 이어졌다.
봉 감독은 "한국 관객 입장에선 옆집 형님, 아저씨, 또는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남자, 영어로는 '에브리맨'의 느낌이다.
초반엔 그런 느낌이지만, 후반부 느낌은 송강호의 작업 중엔 뭔가 새로운 챌린지가 있었다.
후반에 나오는 '플랜'에 관한 대사 같은 부분이 그렇다.
어두운 덩어리를 끄집어내는 장면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송강호와) 서로 의논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클라이맥스 폭발 부분은 솔직히 저 자신도 상당히 의심했는데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재연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른 배우였다면 시나리오를 쓸 때 한발 물러났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정 역의 박소담은 "송강호 선배님과 영화 '사도'에서 그의 두 아이를 임신하는 후궁으로 연기했는데, 6년 후 이번엔 아버지로 만났다.
진짜 아버지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인생 선배님"이라고 했다.
박소담은 "연기를 시작하고 슬럼프가 와서 쉬고 있는 중에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 떨리는 느낌을. 봉준호 감독님과 아버지 역 송강호 선배님 말만 듣고도 너무 욕심이 났다.
시나리오를 딱 보는데 기정의 대사를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말투 하나 하나 바로 나였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기정의 가족은 가진 건 없지만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다.
잘한 일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기정은 누구보다 당당한 역할이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짜파구리'가 할리우드에서도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국에선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인스턴트 누들 두 가지를 섞은 건데 부잣집 애들도 '애는 애'라는 걸 보여주려고 삽입한 장면이다.
그런데 부잣집 엄마는 그 위에 부자다운 설로인(등심) 토핑을 얹은 거다.
그 부분은 내 창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그걸 과하게 해석해서 짜파구리에서 아래에 뒤섞인 두 면발은 가난한 지하 두 가족을, 위의 설로인 토핑은 부자가족을 비유한다는 풀이까지 블로그에 나와있던데, 솔직히 난 그런 것 까지는 몰랐다"라며 웃었다.
/연합뉴스
"송강호 등 배우들 에너지 덕분"…'짜파구리' 등 뒷얘기 쏟아져
30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중심가에 위치한 이집션 시어터(Egyptian Theatre).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매년 오스카(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할리우드 돌비시어터(옛 코닥극장)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바닥 프린트로 유명한 TCL 시어터가 있는 거리다. 이날 할리우드 블루버드에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의 본고장 한복판에서 내년 2월 오스카에 도전장을 내는 봉준호 감독이 마침내 '입성'을 알린 현장이다.
LA한국문화원(박위진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LA센터(김철민 센터장), 미국배급사 네온(NEON) 등이 시사회를 마련했다. 현지 미디어와 비평가, 할리우드 영화인 등 수백 명이 자리한 시사회장에서는 종영 후 갈채가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과 기정 역의 배우 박소담이 시사회 직후 질의응답에 나섰다.
LA타임스 비평가 저스틴 창이 Q&A를 진행했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에 온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오늘 이렇게 2층까지 꽉 채워주신 걸 보니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초반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외' 얘기가 먼저 나왔다.
한국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이미 미국에도 소개된 지 오래다.
진행자가 봉 감독에게 대학시절 과외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봉 감독은 "부잣집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남자아이였는데 부모님 안 계실때 집 투어를 시켜주더라. 침실도 보여주고. 안 그래도 되는데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남의 가정에 침투한 느낌이랄까, 사생활을 보게 되니까"라고 답했다.
감독의 청년시절 과외 경험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셈이다.
'침투'(infiltration)란 단어를 현지에서 언급하자 "다른 가정 속으로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느낌이다.
가족들이 하나씩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그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봉 감독은 "영화 속 두 가정이 비슷하듯 다르다.
가난한 집에선 여자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강하고 부잣집은 표면상 모던하고 세련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남편은 부인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아내는 남편을 상사처럼 두려워한다.
철저히 수직적 관계다.
"라면서 '기생충'에 '젠더 이슈'가 녹아있음을 내비쳤다. 할리우드 비평가들에게 촬영 뒷얘기도 하나씩 베일을 벗었다.
빈민가 반지하방의 오물이 넘치는 홍수씬은 깨끗한 물을 워터탱크에 넣어 찍었다고 털어놨다.
러닝타임에서 6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부잣집은 한 마디로 그 자체가 '작은 유니버스'인데, 건축가 조언을 듣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봉준호는 전했다.
그는 "유명한 예술가의 집에 산다는 걸 뽐내고 싶어하는 부부의 캐릭터가 집 그 자체로 드러나게 해야만 했다.
그러니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가구나 소품을 무척 비싼 걸 대여해서 프로듀서가 스태프들에게 항상 '기스'(스크래치) 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다녔다"고 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수입한 쓰레기통이 200만원(2천달러 정도) 나간다고 하자 탄성도 나왔다.
국내엔 많이 알려졌지만 할리우드엔 새로운 얘깃거리였다.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워낙 리얼리즘을 추구해 주인공 가족의 반지하방 주변엔 실제 음식물 쓰레기 봉투까지 갖다놓았다고 한다.
봉 감독은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웃음)"라고 했다.
이어 '기생충'의 활약상을 온전히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영화가 기계적이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우리 생생한 배우들의 몫입니다.
다소 무례한 비유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꽉 짜여진 스토리보드와 정교한 플랜이 있어도 엄청난 에너지의 물고기들은 펄떡거립니다.
우리 배우들이 아마도 그런 에너지를 뿜어낸 겁니다."
특히 기택 역의 송강호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찬사가 이어졌다.
봉 감독은 "한국 관객 입장에선 옆집 형님, 아저씨, 또는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남자, 영어로는 '에브리맨'의 느낌이다.
초반엔 그런 느낌이지만, 후반부 느낌은 송강호의 작업 중엔 뭔가 새로운 챌린지가 있었다.
후반에 나오는 '플랜'에 관한 대사 같은 부분이 그렇다.
어두운 덩어리를 끄집어내는 장면 이런 것들이다.
그래서 (송강호와) 서로 의논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클라이맥스 폭발 부분은 솔직히 저 자신도 상당히 의심했는데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재연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른 배우였다면 시나리오를 쓸 때 한발 물러났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정 역의 박소담은 "송강호 선배님과 영화 '사도'에서 그의 두 아이를 임신하는 후궁으로 연기했는데, 6년 후 이번엔 아버지로 만났다.
진짜 아버지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인생 선배님"이라고 했다.
박소담은 "연기를 시작하고 슬럼프가 와서 쉬고 있는 중에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 떨리는 느낌을. 봉준호 감독님과 아버지 역 송강호 선배님 말만 듣고도 너무 욕심이 났다.
시나리오를 딱 보는데 기정의 대사를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말투 하나 하나 바로 나였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기정의 가족은 가진 건 없지만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다.
잘한 일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기정은 누구보다 당당한 역할이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짜파구리'가 할리우드에서도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국에선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인스턴트 누들 두 가지를 섞은 건데 부잣집 애들도 '애는 애'라는 걸 보여주려고 삽입한 장면이다.
그런데 부잣집 엄마는 그 위에 부자다운 설로인(등심) 토핑을 얹은 거다.
그 부분은 내 창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그걸 과하게 해석해서 짜파구리에서 아래에 뒤섞인 두 면발은 가난한 지하 두 가족을, 위의 설로인 토핑은 부자가족을 비유한다는 풀이까지 블로그에 나와있던데, 솔직히 난 그런 것 까지는 몰랐다"라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