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면 엄청나게 많은 예방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소아마비, 풍진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인데요. 백신마다 접종 횟수와 주기가 달라 수첩에 적어두고 때에 맞춰서 접종시켜야 합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질병을 한꺼번에 예방해주는 복합 백신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GSK가 출시한 ‘인판릭스IPV/Hib’가 대표적입니다. 이 제품은 영유아 5가 혼합 백신입니다. 기존 인판릭스IPV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네 가지를 예방해주는데요. 여기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에 의한 질병 예방 효과를 결합한 것입니다.

기존 인판릭스IPV와 Hib 백신을 각각 접종할 경우에는 인판릭스IPV 3회, Hib 3회 등 총 여섯 번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DTaP와 IPV, Hib 백신을 모두 단독으로 접종하면 무려 아홉 번의 접종이 필요하죠. 인판릭스IPV/Hib를 맞으면 생후 246개월에 각 한 번, 총 세 번으로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GSK 측은 예방 접종 횟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어 아기와 보호자의 예방접종 스트레스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판릭스IPV/Hib는 세 가지 백일해 항원(PT, FHA, PRN)을 사용해서 국내 시판되고 있는 소아용 DTaP 혼합백신 중 가장 많은 백일해 항원을 보유한 것도 특징입니다. 유일하게 퍼탁틴(PRN)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PRN은 백일해균의 외피막 단백질로 호흡기 세포에 균의 부착을 촉진하고 후두, 폐 등 하기도에서 균 지속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후 246개월에 인판릭스IPV/Hib로 총 3회 기초 접종을 했을 때 디프테리아, 파상풍, Hib, 폴리오 바이러스 1·2에 대한 면역원성이 100%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폴리오 바이러스 3에 대한 면역원성은 99.5%, 백일해 항원은 총 세 가지(PT, FHA, PRN) 모두 면역원성이 100%로 나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인판릭스IPV/Hib는 미국 영국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73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B형 간염,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혼합백신) 등을 포함해 생후 246개월에 접종이 필요한 다른 백신들과 동시에 접종할 수 있습니다. 단독 백신에 비해 적기에 접종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른 시기에 완전 접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은 인판릭스IPV/Hib가 소아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무료로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생후 2개월이 된 아기들은 병의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접종받으면 됩니다. 영유아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진 데는 백신이 기여한 바가 큰데요. 언젠가는 영유아 백신을 전부 결합해 1회 접종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슈퍼 백신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