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폭력 일삼은 오빠와의 일방적 화해 강요…너무 잔인한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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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강제로 화해까지 하라니요."
A씨는 어린 시절 친오빠로부터 장기간 폭력을 당했다. 늘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했던 오빠는 A씨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빠 오빠와 단둘이 집에 남겨질 때면 심각한 괴로움을 느꼈다. 울면서 집을 뛰쳐 나와 부모님한테 전화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A씨의 부모님은 어린 딸을 다른 곳에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A씨는 지난 날을 회상하며 "매일이 가정 폭력인 나날"이라고 했다.
문제는 성격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이었다. 오빠와 떨어져 지내게 될 날만 바라보며 폭력에 대해 포기하고 지냈던 A씨는 유독 감정 파악에 서툴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A씨를 부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런 성격은 성인이 돼 트라우마 및 피해의식으로 번졌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분노 조절장애나 조울증으로 발현돼 마음 고생을 한 A씨였다.
폭력이나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그는 휴대전화 벨소리도 늘 진동이나 무음을 해뒀고,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큰소리에는 공포감을 느껴 불안증세를 보였다.
무조건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매번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달라는 부모님의 말에 알 수 없는 원망이 쌓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A씨는 불가피한 가족 모임을 제외하고는 오빠와 일절 만남을 갖지 않았다. 오빠가 결혼을 한 뒤로도 굵직한 행사 외에는 직접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명절에도 일부러 피해다니곤 했다.
그런데 최근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 외가댁으로 향한 A씨는 그곳에서 오빠를 보고야 말았다. 알고 보니 부모님이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해 A씨 몰래 자리를 마련했던 것. 이들은 가족 여행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A씨는 속상함을 넘어 분노가 차올랐다. 단 한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던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A씨를 대했고, 부모님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오빠가 하자는 대로 따르면 안 되겠냐고 질책했다. A씨는 자신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관계를 반전하려는 오빠도, 화해를 강요하는 부모님도 잔인하다고 생각이 되고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울면서 요청할 땐 외면하다가 이제와서 잘 지내라니 잔인하네", "화해 강요하는 것도 2차 가해라고 본다", "어린 아이가 오빠에게 오랜 시간 맞는 걸 눈 감은 부모 책임이 크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대방에게 상처 받았던 걸 이야기하고 사과 받는 것 같다", "원래 가해자는 기억을 잘 못하고 인간이다 보니 자기 정당화를 하려 한다", "부모님께 본인 입장을 다시 한번 말하고 거리를 두는 게 좋을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가정폭력은 신체적, 정신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전국 쉼터 130여곳 가운데 93곳의 소장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출 청소년의 특성과 쉼터 운영 실태에 대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중장기 쉼터를 찾은 이유는 '가정 폭력을 견디기 어렵다'(40.1%),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20.9%) 등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집에 돌아가도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 걱정된다", "가정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렵다" 등의 이유로 귀가 의사가 없다고 했다.
특히 가정에서의 학대, 방임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우울과 분노조절장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았다. 소장과 종사자들은 쉼터 이용 청소년 가운데 36.4%가 지적 장애, 경계선 장애 등을 겪고 있어 대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매년 20만건 이상이었다.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들이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하게 했다.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강화, 가해가 엄벌 및 재범 방지, 피해자 지원 강화,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현재 성폭력, 가정폭력 추방주간(매년 11월 25~12월 1일) 또는 매년 8일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등을 통해 사회에 잔존하는 가정폭력의 문제점을 상기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해 근절 및 예방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A씨는 어린 시절 친오빠로부터 장기간 폭력을 당했다. 늘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때리기까지 했던 오빠는 A씨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빠 오빠와 단둘이 집에 남겨질 때면 심각한 괴로움을 느꼈다. 울면서 집을 뛰쳐 나와 부모님한테 전화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A씨의 부모님은 어린 딸을 다른 곳에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로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A씨는 지난 날을 회상하며 "매일이 가정 폭력인 나날"이라고 했다.
문제는 성격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이었다. 오빠와 떨어져 지내게 될 날만 바라보며 폭력에 대해 포기하고 지냈던 A씨는 유독 감정 파악에 서툴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A씨를 부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런 성격은 성인이 돼 트라우마 및 피해의식으로 번졌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분노 조절장애나 조울증으로 발현돼 마음 고생을 한 A씨였다.
폭력이나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그는 휴대전화 벨소리도 늘 진동이나 무음을 해뒀고,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큰소리에는 공포감을 느껴 불안증세를 보였다.
무조건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매번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달라는 부모님의 말에 알 수 없는 원망이 쌓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A씨는 불가피한 가족 모임을 제외하고는 오빠와 일절 만남을 갖지 않았다. 오빠가 결혼을 한 뒤로도 굵직한 행사 외에는 직접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명절에도 일부러 피해다니곤 했다.
그런데 최근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 외가댁으로 향한 A씨는 그곳에서 오빠를 보고야 말았다. 알고 보니 부모님이 두 사람의 화해를 위해 A씨 몰래 자리를 마련했던 것. 이들은 가족 여행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A씨는 속상함을 넘어 분노가 차올랐다. 단 한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던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A씨를 대했고, 부모님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오빠가 하자는 대로 따르면 안 되겠냐고 질책했다. A씨는 자신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관계를 반전하려는 오빠도, 화해를 강요하는 부모님도 잔인하다고 생각이 되고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울면서 요청할 땐 외면하다가 이제와서 잘 지내라니 잔인하네", "화해 강요하는 것도 2차 가해라고 본다", "어린 아이가 오빠에게 오랜 시간 맞는 걸 눈 감은 부모 책임이 크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대방에게 상처 받았던 걸 이야기하고 사과 받는 것 같다", "원래 가해자는 기억을 잘 못하고 인간이다 보니 자기 정당화를 하려 한다", "부모님께 본인 입장을 다시 한번 말하고 거리를 두는 게 좋을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가정폭력은 신체적, 정신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전국 쉼터 130여곳 가운데 93곳의 소장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출 청소년의 특성과 쉼터 운영 실태에 대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중장기 쉼터를 찾은 이유는 '가정 폭력을 견디기 어렵다'(40.1%),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20.9%) 등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집에 돌아가도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 걱정된다", "가정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렵다" 등의 이유로 귀가 의사가 없다고 했다.
특히 가정에서의 학대, 방임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우울과 분노조절장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았다. 소장과 종사자들은 쉼터 이용 청소년 가운데 36.4%가 지적 장애, 경계선 장애 등을 겪고 있어 대처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매년 20만건 이상이었다.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들이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하게 했다.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강화, 가해가 엄벌 및 재범 방지, 피해자 지원 강화,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현재 성폭력, 가정폭력 추방주간(매년 11월 25~12월 1일) 또는 매년 8일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등을 통해 사회에 잔존하는 가정폭력의 문제점을 상기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해 근절 및 예방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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