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비리 예방 차원" vs "잠재적 범죄자로 봐선 안 돼"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발생한 답안지 조작사건을 계기로 고교 상피제(相避制)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사립고 교사 자녀 답안지 조작사건에 '상피제 논란' 재점화
지난해 교육부는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국공립 고등학교에 상피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모든 시·도교육청이 중등 인사관리 기준에 '국공립 고교 교원-자녀 간 동일 학교 근무 금지 원칙'을 반영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학생과 교사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봐선 안 된다"며 상피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대신 같은 학교에 있는 부모 교사가 자녀의 학년·학급·교과·성적관리 업무 등을 맡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분리할 방침이다.

또 교사인 부모가 희망하면 국·공립학교는 전보를, 사립학교는 법인 내 전보 또는 공립학교 파견·순회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답안지 조작사건이 발생한 학교에서는 교무실무사(행정 보조직원)가 A군의 객관식 답안지 중 오답 3개를 정답으로 고쳐줬다가 들통났다.

A군의 아버지는 이 학교의 전 교무부장이었다.

교무실무사가 1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오답만을 골라 정답으로 고쳐 '누군가의 도움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무성하다.

전북교육청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감사 중이다.

A군 아버지는 지난해에도 이런 의혹이 일자 지난 3월 스스로 다른 학교로 파견 갔으나 소속은 원래 학교에 두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사건에 A군 아버지가 연관돼 있다는 정황은 찾지 못했다"며 "다음 주 정도에 감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상피제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17일 열린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에 따라서만 제한될 수 있는데 일부 불안 요소를 이유로 법률 근거 없이 교사와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고교 중 사립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공립학교만 적용되는 상피제는 그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며 교사의 명예와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전북 교육자치시민연대는 "법을 제정하고 규칙을 정하는 것처럼 상피제 도입 취지는 교사 또는 자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예단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최소한도로 지켜야 할 서로 간 약속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 교사나 학생의 인권이 아니라 전체 교사와 학생들의 보편타당한 인권의 틀에서 생각한다면 상피제 도입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