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넘어져 다치는 마찰화상, 비누 대신 미지근한 물로 씻어주세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때다. 단풍이 한창인 가을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많다. 시원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자전거나 킥보드 등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지는 때다. 이맘때 늘어나는 환자가 마찰화상 환자다. 운동 등을 하다 넘어져 미끄러지듯 다치면 생기기 쉽다. 골절 등 외상이 생기면서 마찰화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 신재준 베스티안 오송병원 화상센터 부장은 “마찰화상은 다른 화상과 달리 물리적인 힘이 추가돼 화상 정도가 심하고 2차 감염 위험이 높다”며 “마찰화상을 당했을 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마찰화상은 피부와 맞닿은 표면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쓸리면서 발생하는 마찰열 때문에 생긴다.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실내 클라이밍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 팔 등이 쓸려 마찰화상을 입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비교적 흔하다. 인조 잔디 위에서 축구를 하다가 넘어지면 무릎이나 팔 등에 마찰화상이 생길 수 있다.

실내 운동을 할 때도 마찰화상 위험이 높다.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마찰 화상이 생기기도 한다. 기계 장비 벨트 등에 잘못 닿아 생기기도 하고 축구처럼 슬라이딩이 잦은 운동을 할 때 많이 생긴다.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지거나 롤러블레이드처럼 속도가 나는 운동기구를 타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 마찰화상이 생기기 쉽다. 아스팔트, 시멘트벽 등에 넘어지거나 부딪혀 살이 쓸려도 생긴다.

마찰화상은 상처의 크기 등에 따라 깊이를 판단한다.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거친 표면에 부딪혀 살갗이 살짝 벗겨진 정도라면 찰과상이다. 추가 감염이 생기는 것만 예방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잘 낫는다. 하지만 심하게 넘어지면서 거친 표면에 피부가 쓸려 마찰열이 생기면 이 열 때문에 진피층이 화상을 입는다. 대개 넘어져 다치면 까진 상처만 신경 쓰기 쉽다. 하지만 피부 속 화상을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뜨거운 물에 데이는 등의 일반적인 화상은 화상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마찰화상은 물리적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화상 정도가 심할 수 있다. 추가 감염이 생길 위험도 그만큼 크다. 넘어지거나 쓸려 다치는 표면이나 바닥이 대개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상이나 골절, 신경·인대 손상을 함께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찢어진 상처가 있어도 바로 봉합하지 않고 24시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봉합하기도 한다. 다른 외상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마찰화상이 의심되는 상처가 생겼다면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제대로 응급처치를 해야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신 부장은 “마찰화상은 바닥이나 잔디 등 오염된 곳에서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가장 먼저 오염상처 부위와 이물질 등을 깨끗한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야 한다”고 했다.

흐르는 물로 씻을 때는 미지근한 온도가 좋다. 탈지면이나 거즈 등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알칼리성 비누도 사용해선 안 된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뒤에는 살균 붕대나 깨끗한 천으로 감싸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신 부장은 “진피를 보호하는 표피가 없어져 상처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진피가 마르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드레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상처 부위가 관절이라면 관절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