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한 컴퓨터 화면.  경찰청 제공
피의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한 컴퓨터 화면. 경찰청 제공
과학수사 기법은 유전자(DNA) 분석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지문은 물론 걸음걸이, 목소리를 분석해 범인을 특정하는 기법도 활용되고 있다.

‘법보행’ 분석은 사람마다 다른 걸음걸이의 특성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가려내는 방법이다. 개인마다 걸을 때 이용하는 발목, 무릎, 고관절 등 주요 관절점의 특성을 추출해 서로 다른 영상에 찍힌 인물이 동일인인지 판단할 수 있다. 법보행 분석은 법원에서 강력사건의 직접 증거로 인정된다.

2015년 발생한 대구 금호강 살인사건이 법보행 분석으로 범인을 밝혀낸 대표적 사례다. 박모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고향 친구 윤모씨를 살해한 사건으로 살인 현장에는 박씨의 DNA 등 직접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인근 CCTV에 윤씨와 함께 걸어가는 남성이 포착됐고, 화질이 나빠 얼굴은 분간할 수 없었지만 휘어진 다리와 팔자걸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화면 속 걸음걸이와 박씨의 실제 걸음걸이를 대조해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고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됐다.

‘제2의 지문’으로 일컬어지는 목소리(성문) 분석도 최근 떠오르는 수사기법 중 하나다. 개인의 고유한 목소리 주파수를 분석하는 것으로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늬로 시각화할 수 있다. 검찰은 2017년 한국인 1000명의 음성을 토대로 한국인 표본 음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성문 분석만으로도 용의자의 출신 지역, 연령, 학업 등을 다양한 요소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우종수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경무관)은 “사람마다 목소리를 내는 신체기관 형태가 조금씩 달라 주파수 차이를 분석할 수 있다”며 “1991년 발생한 이형호 군 유괴사건 범인의 목소리도 최근 디지털로 변환해 전문업체에 성문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정황증거로 인정받고 있는 거짓말탐지기도 진화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등 6개 지방경찰청은 기존에 사용하던 폴리그래프(polygraph) 거짓말탐지기에 더해 바이브라 이미지(VibraImage) 탐지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 ‘바이브라 이미지’는 얼굴만 촬영해 진술의 진위를 가려내는 기술이다. 진술자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해 얼굴색, 주변 아우라의 색, 크기, 대칭성, 집중도, 흥분도 등을 그래프 형태로 보여준다. 거짓말을 할 때 변하는 전정기관의 떨림과 뇌의 움직임까지 포착해 특수영상으로 기록한다. 기존 거짓말탐지기인 폴리그래프는 진술자의 신체에 각종 측정기를 붙여 심장박동, 혈압, 호흡 등을 통해 진위를 가려냈다. 바이브라 이미지는 얼굴만 찍기 때문에 측정이 간편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지문 역시 중요한 수사 증거다. 경찰이 운용하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아피스)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문의 20% 정도만 남아 있어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과거 1개 지문을 분석하는 데 이틀가량 걸렸지만 지금은 한두 시간 내 가능하다.

김순신/배태웅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