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마지막 금싸라기 땅 잡아라" 카카오 - 엔씨소프트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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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구청 예정 부지 매각 공고
주변 시세 감안하면 낙찰가 1조 이상
주변 시세 감안하면 낙찰가 1조 이상
판교에서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시 삼평동 641. 이 땅을 놓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땅값이 1조원을 훌쩍 넘을 만큼 비싸지만 위치가 좋아 사무 공간이 부족한 IT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드디어 나온 귀한 매물
성남시는 지난달 분당구 삼평동 641 부지(2만5719㎡ 규모)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2009년 판교 지역을 처음 개발했을 때 판교구청 부지로 조성한 땅이다. 판교가 ‘구’로 독립할 것을 대비했다는 얘기다. 분구 계획이 유야무야된 뒤 이 땅은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판교역 바로 옆이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의 사옥이 들어서기 안성맞춤이다.
입찰 가격은 8094억원(㎡당 3148만원)부터 시작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변 시세를 감안해 최종 낙찰가를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다음달 10일부터 16일까지 부지 매입 신청서를 받고, 다음달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별도의 평가위원회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 매출 등 숫자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기업현황 평가’와 비즈니스 모델 등을 살피는 ‘사업계획 평가’, 매입 대금으로 얼마를 쓰는지 보는 ‘입찰가격 평가’ 등을 거치게 된다. IT 대기업들이 뛰어든다고 가정하면 입찰가격 평가에서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입찰가격 평가의 비중은 20%에 이른다.
성남시는 매각 공고가 나간 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부지 매입을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판교 지역에 사옥을 두고 있다. 판교의 일부 중견 IT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성남시에 해당 부지 관련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추가 검토를 거쳐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입찰 참여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사옥 공간 턱없이 부족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판교 주차장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사옥의 사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카카오가 고용한 직원(자회사 포함)은 지난해 2분기 6606명에서 올 2분기 7942명으로 1년 동안 20% 이상 늘었다. 남는 공간이 없다보니 자회사 직원 중 상당수가 ‘카카오 판교 오피스’ 밖에서 일하고 있다. 판교역 인근 오피스 빌딩인 알파돔 등에 카카오 직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사옥 신축 계획도 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에 대림산업 출신 서홍 씨를 자산개발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서 부사장의 임무 중 하나가 카카오의 통합사옥 건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3642명으로 2년 전(2684명)보다 30% 이상 늘었다. 판교미래에셋센터, 알파리움타워, 삼황하이펙스 등 본사 밖에서 일하는 직원만 800명이 넘는다.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내줄 빌딩이 판교에 없어 수원 광교까지 움직였다.
두 기업 모두 부지 매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카카오의 현금(현금과 현금성자산,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은 상반기 기준으로 1조997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 엔씨소프트의 실탄은 3864억원이다. 삼평동 부지의 최종 예상가에 못 미치지만 대신 현금화가 가능한 투자자산이 상당하다. 이를 모두 유동화하면 1조5000억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
정치권 갈등에 매각 시기 미뤄져
IT업계에서는 이 땅이 시장에 너무 늦게 나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개입 탓에 매각 절차가 지체됐다는 지적이다. 성남시가 부지 매각을 위해 삼평동 일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경기도 성남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6월이다. 몇 년 전부터 부지 매각안을 만지작거렸지만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변경안 제출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매각 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다.
변경안 제출 후에도 갈등이 상당했다. 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일부 의원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일도 생겼다. 결국 지난 7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변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야당으로선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땅을 팔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각으로 마련한 돈을 학교 부지 매입, 판교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공영주차장 건립 등에 쓸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드디어 나온 귀한 매물
성남시는 지난달 분당구 삼평동 641 부지(2만5719㎡ 규모)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2009년 판교 지역을 처음 개발했을 때 판교구청 부지로 조성한 땅이다. 판교가 ‘구’로 독립할 것을 대비했다는 얘기다. 분구 계획이 유야무야된 뒤 이 땅은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판교역 바로 옆이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의 사옥이 들어서기 안성맞춤이다.
입찰 가격은 8094억원(㎡당 3148만원)부터 시작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변 시세를 감안해 최종 낙찰가를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성남시는 다음달 10일부터 16일까지 부지 매입 신청서를 받고, 다음달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별도의 평가위원회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다. 매출 등 숫자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기업현황 평가’와 비즈니스 모델 등을 살피는 ‘사업계획 평가’, 매입 대금으로 얼마를 쓰는지 보는 ‘입찰가격 평가’ 등을 거치게 된다. IT 대기업들이 뛰어든다고 가정하면 입찰가격 평가에서 당락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입찰가격 평가의 비중은 20%에 이른다.
성남시는 매각 공고가 나간 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부지 매입을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판교 지역에 사옥을 두고 있다. 판교의 일부 중견 IT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성남시에 해당 부지 관련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추가 검토를 거쳐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입찰 참여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존사옥 공간 턱없이 부족
카카오와 엔씨소프트가 판교 주차장 부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사옥의 사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카카오가 고용한 직원(자회사 포함)은 지난해 2분기 6606명에서 올 2분기 7942명으로 1년 동안 20% 이상 늘었다. 남는 공간이 없다보니 자회사 직원 중 상당수가 ‘카카오 판교 오피스’ 밖에서 일하고 있다. 판교역 인근 오피스 빌딩인 알파돔 등에 카카오 직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사옥 신축 계획도 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에 대림산업 출신 서홍 씨를 자산개발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서 부사장의 임무 중 하나가 카카오의 통합사옥 건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3642명으로 2년 전(2684명)보다 30% 이상 늘었다. 판교미래에셋센터, 알파리움타워, 삼황하이펙스 등 본사 밖에서 일하는 직원만 800명이 넘는다.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내줄 빌딩이 판교에 없어 수원 광교까지 움직였다.
두 기업 모두 부지 매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카카오의 현금(현금과 현금성자산,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은 상반기 기준으로 1조9973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 엔씨소프트의 실탄은 3864억원이다. 삼평동 부지의 최종 예상가에 못 미치지만 대신 현금화가 가능한 투자자산이 상당하다. 이를 모두 유동화하면 1조5000억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
정치권 갈등에 매각 시기 미뤄져
IT업계에서는 이 땅이 시장에 너무 늦게 나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개입 탓에 매각 절차가 지체됐다는 지적이다. 성남시가 부지 매각을 위해 삼평동 일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경기도 성남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6월이다. 몇 년 전부터 부지 매각안을 만지작거렸지만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변경안 제출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매각 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다.
변경안 제출 후에도 갈등이 상당했다. 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일부 의원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일도 생겼다. 결국 지난 7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변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야당으로선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땅을 팔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각으로 마련한 돈을 학교 부지 매입, 판교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공영주차장 건립 등에 쓸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