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밖에 못쓴 '바다환경 지킴이' 예산 8억→66억…野 "세금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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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국민참여예산 38개 사업 분석
한푼도 못쓴 '민간시설 내진 보강'
홍보 필요하다며 되레 2억 늘려
한푼도 못쓴 '민간시설 내진 보강'
홍보 필요하다며 되레 2억 늘려
해양수산부의 ‘바다환경지킴이 지원 사업’은 국민참여예산제를 통해 내년에 66억44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올해(8억1000만원)보다 무려 7배 넘게 늘었다.
해변에 인력을 배치해 쓰레기를 줍도록 하는 이 사업의 올해 예산 실집행률(지난 8월 말 기준)은 50%에 불과하다. “또 다른 형태의 현금 나눠주기식 허드레 일자리 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바다환경지킴이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의 100대 문제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해수부는 “국비 30%와 지방비 70%가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행률과 별개로 지자체별 수요가 여전히 크다고 보고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집행률 0%인 사업도 부지기수
올해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예산제는 중앙정부의 예산 사업 선정·심의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지자체별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많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국민이 예산 사업 제안, 심사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정부는 국민참여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국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사업비 중 상당수는 올해 실집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올해 38개 국민참여예산 사업 중 내년도 예산안에도 들어간 27개 계속 사업의 평균 실집행률은 올 4분기 기준 39.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체 38개 사업의 평균 실집행률 45.4%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 중 3개 사업은 올해 예산이 한푼도 쓰이지 않았는데도 내년 예산안에 계속 편성됐다. 올해 행정안전부의 ‘민간시설 내진보강 활성화 지원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2억5000만원이지만 이 중 집행으로 이어진 금액은 0원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보다 2억원(9%) 늘어난 24억5000만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홍보 부족과 행정 절차 지연으로 올해 실집행률이 저조했다”며 “홍보비 2억원을 추가로 반영해 내년도 예산을 책정했다”고 했다. 실집행률이 0%인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모자라 홍보비까지 따로 얹어 편성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불용사업은 편성 단계에서부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게 원칙”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 배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지원’(올해 예산 13억4200만원), 국방부 ‘장병 패딩형 동계점퍼 시범지급’(69억7000만원), 해양경찰청의 ‘해양오염방제활동’(6억800만원), 경찰청의 ‘보행신호 자동연장 시스템 개발’(5000만원) 등도 올해 수억~수십억원 규모 예산이 편성됐으나 실제로는 한푼도 쓰이지 않았다.
“집행률 모니터링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국정 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산을 계속 편성할 때는 가장 먼저 보는 게 사업 집행률인데, 이런 성과도 없이 예산을 계속 늘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예산제 설계에 참여한 오영민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기존 사업에 비해 효율성이나 집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의 주민참여예산은 집행률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제도 보완을 통해 집행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규 사업은 준비와 제도 정착에 시간이 걸려 기존 사업보다 실집행이 다소 더딘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집행률만 가지고 예산 편성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국민참여예산 사업 중 집행률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관리해 끌어올리고 예산이 불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해변에 인력을 배치해 쓰레기를 줍도록 하는 이 사업의 올해 예산 실집행률(지난 8월 말 기준)은 50%에 불과하다. “또 다른 형태의 현금 나눠주기식 허드레 일자리 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바다환경지킴이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의 100대 문제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해수부는 “국비 30%와 지방비 70%가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행률과 별개로 지자체별 수요가 여전히 크다고 보고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집행률 0%인 사업도 부지기수
올해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예산제는 중앙정부의 예산 사업 선정·심의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지자체별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많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국민이 예산 사업 제안, 심사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정부는 국민참여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국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된 사업비 중 상당수는 올해 실집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올해 38개 국민참여예산 사업 중 내년도 예산안에도 들어간 27개 계속 사업의 평균 실집행률은 올 4분기 기준 39.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체 38개 사업의 평균 실집행률 45.4%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 중 3개 사업은 올해 예산이 한푼도 쓰이지 않았는데도 내년 예산안에 계속 편성됐다. 올해 행정안전부의 ‘민간시설 내진보강 활성화 지원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2억5000만원이지만 이 중 집행으로 이어진 금액은 0원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보다 2억원(9%) 늘어난 24억5000만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홍보 부족과 행정 절차 지연으로 올해 실집행률이 저조했다”며 “홍보비 2억원을 추가로 반영해 내년도 예산을 책정했다”고 했다. 실집행률이 0%인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모자라 홍보비까지 따로 얹어 편성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불용사업은 편성 단계에서부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게 원칙”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 배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지원’(올해 예산 13억4200만원), 국방부 ‘장병 패딩형 동계점퍼 시범지급’(69억7000만원), 해양경찰청의 ‘해양오염방제활동’(6억800만원), 경찰청의 ‘보행신호 자동연장 시스템 개발’(5000만원) 등도 올해 수억~수십억원 규모 예산이 편성됐으나 실제로는 한푼도 쓰이지 않았다.
“집행률 모니터링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국정 과제를 추진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산을 계속 편성할 때는 가장 먼저 보는 게 사업 집행률인데, 이런 성과도 없이 예산을 계속 늘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예산제 설계에 참여한 오영민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기존 사업에 비해 효율성이나 집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의 주민참여예산은 집행률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제도 보완을 통해 집행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규 사업은 준비와 제도 정착에 시간이 걸려 기존 사업보다 실집행이 다소 더딘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집행률만 가지고 예산 편성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국민참여예산 사업 중 집행률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관리해 끌어올리고 예산이 불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