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1兆…해외주식 '직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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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번이면 애플·페북株 사
부진한 국내주식은 매수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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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국내주식은 매수 급감
개인투자자 K씨는 요즘 해외 주식에 푹 빠져 있다. 목돈이 생길 때마다 국내 우량주를 저축하듯 사모았지만 올초부터 관심주가 달라졌다.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열어 몇 번만 클릭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애플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벌써 50%를 넘었다. 페이스북도 43%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금액은 177억4061만달러(약 20조7565억원)로 지난해 연간 매수금액(170억7036만달러)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해외 주식 직구 금액이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미국 주식이다. 올 1~10월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산 해외 주식 10개 가운데 9개가 미국 주식이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우량 주식과 함께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은 국내 주식시장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미국 S&P500지수가 21.0% 오르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 주식 투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개인들의 하루평균 국내 주식 매수액은 5조855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3032억원)보다 29.4% 감소했다.
민성현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 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오르는 종목을 찾기 어렵게 됐다”며 “자본에 국경이 없듯이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곳으로 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3% vs 미국 21%…高수익에 목마른 개미들, 해외주식 '환승'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주식은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2014년 중국 주식시장(후강퉁)이 열리며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가 늘어났지만 개인은 여전히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돋보인 성과를 내면서 개인들도 빠르게 해외 주식 투자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간 매수 금액은 2017년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처음 넘어섰다. 직구 열풍은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더 강력해졌다.ㅍ
최근 들어선 소액투자자와 2030세대의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투자 절차가 훨씬 간편해지고 정보 수집도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평생 무료인 국내 주식보다는 환전수수료, 거래수수료 등 부수입이 짭짤한 해외 주식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락장과 올해 박스권을 거치며 개인의 관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력적인 수익률, 개인 투자도 급증
1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해외 주식 매매가 있는 계좌(7월 말 기준)는 1년 새 127.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서비스 등록 계좌는 26.53% 늘었다. 다른 증권사도 비슷하다. 키움증권의 월평균 해외 주식 거래계좌 수는 지난해 2899개에서 올해 8441개(10월 27일 기준)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부진이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3.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21.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8%) 등을 크게 밑돌았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수는 1971.01(10월 31일 종가)에 불과했다.
기간이 길수록 해외 시장과의 수익률 격차는 더 커졌다. 코스피지수의 최근 3년과 5년 상승률은 각각 3.7%, 6.1%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각각 42.9%, 50.5% 올랐다. 송명찬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차장은 “국내 주식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심하고 수익률은 낮다”며 “빠질 땐 더 빠지고, 오를 땐 덜 오르는 방식으로 소외받고 있는 것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최선호주는 미국 기술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시장은 미국이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인 동시에 통화 분산투자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산 종목 10개 가운데 9개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투자액은 52억9307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매수 규모의 80.2%를 차지했다.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아마존 주식은 올해 17.3%, 최근 3년간 115.2% 올랐다. 팡(FAANG)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최근 3년 수익률, 44.9%), 애플(115.4%), 넷플릭스(118.9%), 구글(54.7%)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민성현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 부장은 “미국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아 기업 실적, 정책 등만 보면 된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운 시장”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벌어진 가운데 중국 시장은 빠져도 미국은 버텼다”고 말했다.
자산 배분에 대한 관심 늘 것
투자 절차가 간편해진 것도 개인 투자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아마존, 애플 등 86개 미국 주식 종목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 소수점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해외 주식을 0.1주나 0.01주 단위로 살 수 있어 지갑이 얇은 청년층의 관심이 크다고 신한금융투자는 설명했다. KB증권은 올초부터 환전 없이 원화로 거래하는 ‘글로벌 원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늘어났다. 민 부장은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애플, 아마존 등 대형주의 실적, 사업계획 등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증권사 리포트, 관련 블로그, 투자 동영상 등 다양한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절대 규모가 크지 않고, 자산 배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성장률이 낮아지고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에 선진국의 해외 투자도 늘어났다”며 “한국 역시 저성장·저금리 상황으로 가고 있는 데다 국내 주식시장의 수익률도 좋지 않아 당분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금액은 177억4061만달러(약 20조7565억원)로 지난해 연간 매수금액(170억7036만달러)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해외 주식 직구 금액이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미국 주식이다. 올 1~10월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산 해외 주식 10개 가운데 9개가 미국 주식이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우량 주식과 함께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은 국내 주식시장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미국 S&P500지수가 21.0% 오르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 주식 투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개인들의 하루평균 국내 주식 매수액은 5조855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3032억원)보다 29.4% 감소했다.
민성현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 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오르는 종목을 찾기 어렵게 됐다”며 “자본에 국경이 없듯이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곳으로 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3% vs 미국 21%…高수익에 목마른 개미들, 해외주식 '환승'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주식은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2014년 중국 주식시장(후강퉁)이 열리며 해외 주식 ‘직구’(직접투자)가 늘어났지만 개인은 여전히 접근이 어려웠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돋보인 성과를 내면서 개인들도 빠르게 해외 주식 투자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간 매수 금액은 2017년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를 처음 넘어섰다. 직구 열풍은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더 강력해졌다.ㅍ
최근 들어선 소액투자자와 2030세대의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 투자 절차가 훨씬 간편해지고 정보 수집도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평생 무료인 국내 주식보다는 환전수수료, 거래수수료 등 부수입이 짭짤한 해외 주식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락장과 올해 박스권을 거치며 개인의 관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력적인 수익률, 개인 투자도 급증
1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해외 주식 매매가 있는 계좌(7월 말 기준)는 1년 새 127.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서비스 등록 계좌는 26.53% 늘었다. 다른 증권사도 비슷하다. 키움증권의 월평균 해외 주식 거래계좌 수는 지난해 2899개에서 올해 8441개(10월 27일 기준)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부진이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3.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21.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8%) 등을 크게 밑돌았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수는 1971.01(10월 31일 종가)에 불과했다.
기간이 길수록 해외 시장과의 수익률 격차는 더 커졌다. 코스피지수의 최근 3년과 5년 상승률은 각각 3.7%, 6.1%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각각 42.9%, 50.5% 올랐다. 송명찬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차장은 “국내 주식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심하고 수익률은 낮다”며 “빠질 땐 더 빠지고, 오를 땐 덜 오르는 방식으로 소외받고 있는 것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최선호주는 미국 기술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시장은 미국이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인 동시에 통화 분산투자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산 종목 10개 가운데 9개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투자액은 52억9307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매수 규모의 80.2%를 차지했다.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아마존 주식은 올해 17.3%, 최근 3년간 115.2% 올랐다. 팡(FAANG)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최근 3년 수익률, 44.9%), 애플(115.4%), 넷플릭스(118.9%), 구글(54.7%)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민성현 KB증권 글로벌BK솔루션팀 부장은 “미국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아 기업 실적, 정책 등만 보면 된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운 시장”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벌어진 가운데 중국 시장은 빠져도 미국은 버텼다”고 말했다.
자산 배분에 대한 관심 늘 것
투자 절차가 간편해진 것도 개인 투자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아마존, 애플 등 86개 미국 주식 종목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 소수점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해외 주식을 0.1주나 0.01주 단위로 살 수 있어 지갑이 얇은 청년층의 관심이 크다고 신한금융투자는 설명했다. KB증권은 올초부터 환전 없이 원화로 거래하는 ‘글로벌 원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늘어났다. 민 부장은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애플, 아마존 등 대형주의 실적, 사업계획 등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증권사 리포트, 관련 블로그, 투자 동영상 등 다양한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절대 규모가 크지 않고, 자산 배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성장률이 낮아지고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에 선진국의 해외 투자도 늘어났다”며 “한국 역시 저성장·저금리 상황으로 가고 있는 데다 국내 주식시장의 수익률도 좋지 않아 당분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