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토스의 '유쾌한 파격'
경력직 입사자에게 전(前) 직장 연봉의 1.5배 지급, 최대 1억원 규모의 이직 보너스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공, 자율 출퇴근과 원격 근무, 휴가 무제한 사용, 주택자금 1억원 무이자 사내대출, 매월 마지막 금요일 휴무, 개인별 평가 없이 회사 전체 목표 달성에 따른 동일 비율 인센티브 지급….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파격적인 ‘인재 모시기’ 전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창업 7년차 벤처기업인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런 조건의 채용공고가 현재 100건 이상 올라와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 이 회사로 옮긴 한 경력자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 이 회사의 업무 강도는 매우 세다. 금융과 정보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업무인 데다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전’과 ‘팀워크’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평가가 따로 없는 대신 동료들에게 ‘함께 일하기 어려운 팀원’으로 경고를 3회 받으면 도태될 수 있다. 그런데도 근속비율이 90%에 이른다.

‘인재 확보 전쟁’에는 국경이 없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는 ‘최고의 자유·보상·성과’로 각국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마음대로 쓰되 ‘어른스럽게’, 출장 경비를 재량껏 쓰되 ‘넷플릭스에 이롭게’ 하면서 그에 맞는 성과를 올리라고 요구한다.

넷플릭스에서 14년 동안 최고인사책임자로 일한 패티 맥코드는 베스트셀러 <파워풀>에서 “넷플릭스는 각 포지션을 최고의 선수로 채우는 스포츠팀과 같다”며 “A급 동료야말로 10년 새 매출 10배 성장의 진정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세계 5위인 페이스북도 고액 연봉과 자율·복리후생으로 최고 인재를 모으고 있다.

흔히들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규정이 늘고 자유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뛰어난 기업들은 성장할수록 직원 자유를 늘리고, 사세 확장보다 인재 확보 속도를 높인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인재 빼가기’를 걱정하기에 앞서 국내 젊은이들이 마음껏 이상을 펼칠 ‘꿈의 직장’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