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전 SNP 대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독립요구 집회서 연설
"이번 총선서 우리의 운명 결정해야…내년 제2 주민투표 추진"
스코틀랜드수반, 5년만에 독립집회 참석…"제2주민투표 추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제2의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스코틀랜드가 내달 영국의 조기 총선을 앞두고 독립 재추진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지역감정을 놓고 영국 정치권에 또다시 격랑이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중심도시 글래스고의 조지 광장에서는 이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려 수천명이 모였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은 이날 집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하고 내달 12일 진행되는 영국 조기 총선에서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스터전 수반은 집회에 참석한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진영의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우리 일생에 스코틀랜드에 가장 중요한 선거를 맞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표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스터전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요구 집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 2014년 주민투표 실시 때 이후 시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실수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운명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면서 "선거에서 주어질 독립이라는 '상'(prize)을 거머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터전 수반은 이어 "이제 스코틀랜드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때이며 독립국가가 되어야 할 때"라면서 내년에는 독립의 찬반을 묻는 제2의 주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스터전 수반은 전날 영국 정부에 분리독립 찬반투표 발의 권한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로 이양하라고 올해 성탄절 전까지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터전 수반은 지난 1일 한 공식 석상에서 "스코틀랜드법 30조에 따른 요구서를 크리스마스 전까지 다우닝가로 발송하겠다"면서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스코틀랜드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법(Scotland Act) 30조는 스코틀랜드 자치의회가 구속력 있는 독립 주민투표를 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다.

법적으로 유효한 독립 주민투표를 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는 영국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요구서를 발송하겠다는 것은 자치의회가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할 테니 이를 승인해달라는 뜻이다.

앞서 스터전 수반은 지난 13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몇주 내로 분리독립을 위한 제2의 주민투표 절차를 요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번 총선을 제2의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위한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300년 이상 영국의 일부로 남아있는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스코틀랜드수반, 5년만에 독립집회 참석…"제2주민투표 추진"
이후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에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해왔다.

스코틀랜드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더 많았던 만큼, 스코틀랜드가 영국의 일원으로 유럽연합에서 함께 탈퇴하는 것보다는 독립 국가가 되는 길을 유권자들이 직접 택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진영의 주장이다.

영국 내에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가,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EU 탈퇴 비율이 더 높았다.

2017년 3월 스코틀랜드 의회가 중앙정부에 독립 주민투표 승인을 공식 요청하는 발의안을 통과시킨 뒤 이를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에게 정식 전달했지만 메이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스터전 수반은 이후 브렉시트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황이 명료해지면 제2 독립 주민투표 실시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5월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스코틀랜드가 3∼5년 내 영국에서 독립해 유럽연합(EU)이나 유엔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재추진에 대해 영국 중앙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 제1야당인 노동당의 대표는 스코틀랜드 제2의 주민투표에 대해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일축했고, 우파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도 주민투표에 모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보수당 소속 애니 웰스 의원은 "시민의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터전이 민족주의 진영의 세 몰이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스터전이 우리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보수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수반, 5년만에 독립집회 참석…"제2주민투표 추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