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핵심 관광콘텐츠로 만들자
올여름 스페인을 여행했다. 세계 최고의 관광국답게 가우디 건축물과 피카소박물관, 지중해식 음식 등 요즘 유행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 높은 여행이었다. 그중에서도 세비야의 열정적인 탱고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줬다. 춤과 음악 속에 집시의 슬픔, 회한, 열정이 녹아들어 뭉클하게 전달됐고, 스페인에 대한 인상을 바꿔 놓을 만큼 진한 추억을 남겼다. 공연은 역사와 문화를 예술적으로 녹여내 정서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다.

한국의 공연시장은 2017년 8132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년보다 8.7% 성장한 수치다. 한국 방문 외래 관광객 중 공연을 관람한 수도 2006년 32만 명에서 2016년 257만 명으로 10년간 약 718% 증가했다(2017). 공연은 이미 한국 관광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공연 관광은 가능성이 높다. 대학로는 문화지구로 지정돼 있으며 주변에 140개 극장이 밀집한 세계 최고의 공연 특화 지역이다. 하지만 아직은 제한적 공연 수요뿐만 아니라 공연지구로서 차별적 매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 웨스트엔드는 15년간 10억파운드를 투자해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향상하고 관객을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1만200개의 일자리 창출과 123억파운드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우리 공연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 수요와 결합해야 한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잠재 고객인 관광객을 통해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와 같이 공연 관객에는 이미 관광객이 포함돼 있다. 영국 극장 분석 보고서(2016)에 따르면, 웨스트엔드 중소 규모(400~800석) 극장은 수익 구조를 위해 관광을 포함한 상업적 파트너십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연 관광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지역 관광을 질적으로 성숙시키고, 숙박을 겸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연을 결합해야 한다. 지역별로 연극, 뮤지컬, 오페라, 인형극, 무형문화재 공연 등 특화된 장르를 선정해 공연 관광의 명소지구를 디자인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연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공연장의 안전과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을 위한 공연 제작 지원과 해외 마케팅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규모의 공연 관광 축제와 결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2002년 개장한 싱가포르 에스플라네이드 극장은 싱가포르국제예술축제를 비롯해 중국 예술축제, 인도 예술축제, 말레이시아 예술축제 등 연중 국제 예술축제를 개최해 2018년 5만5000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했다. 우리도 ‘웰컴 대학로’라는 공연 관광 축제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국내 공연예술축제와 연계하고 관광객 유치 및 국제화를 통해 공연 관광 활성화를 이끌 필요가 있다.

공연 관광은 감동을 주는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작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대학로를 공연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려면 중장기 전략적 계획에 따라 공연 구조와 관광 욕구가 반영돼야 하고,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앞으로 국가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며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연 콘텐츠가 한국 관광을 새롭게 변신시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