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새 주인을 정할 내년 미국 대선(2020년 11월 3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재선 가도에 뛰어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벌써부터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을 전면에 내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즐겨 쓴 ‘오물 청소(워싱턴 기득권·적폐 청산)’를 연상하는 구호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규범 파괴자’ ‘터프 가이’ 등으로 묘사하면서 탄핵정국을 정면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워싱턴 엘리트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이는 터프 가이’라는 메시지를 적극 활용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직 규범 파괴자만이 워싱턴 기득권층의 권력을 부술 수 있다’는 2016년 대선 구호의 연장선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 30일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경기 중 “그(트럼프 대통령)는 미스터 나이스 가이가 아니다. 그러나 워싱턴을 바꾸려면 도널드 트럼프가 필요하다”는 선거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는 미국 경제 호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계열의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지금처럼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탄핵 조사’ 안건을 가결한 데 이어 그동안 비공개로 이뤄졌던 탄핵 조사를 이달 공개 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공개 조사가 시작되면 탄핵 조사가 여론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커질 전망이다. 1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 공동 여론조사(10월 27~30일, 1003명 조사)를 보면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는 의견이 49%, 반대 의견이 47%로 팽팽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바람몰이’에 성공할 수 있느냐도 내년 대선의 변수다. 당초 경선 초반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금은 바이든과 워런의 2강 구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승인한 여론조사 기관의 전국 단위 조사 평균치(10월 24일 기준)는 바이든이 27%, 워런이 23%로 박빙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5%로 3위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의 가상대결에선 ‘절대 강자’가 없다. 미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25~28일 성인 1997명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으면 바이든이 41%로 트럼프(36%)를 앞섰다. 하지만 모닝컨설트의 6월 조사 때 바이든(44%)이 트럼프(33%)를 11%포인트 앞선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대폭 줄었다. 트럼프와 워런의 맞대결에선 트럼프가 36%, 워런이 35%로 엇비슷하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보다 실제 대선 결과를 가르는 것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표심이다. 플로리다주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 등 4개 주가 핵심 경합주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의 위력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여론조사 내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국 대선은 내년 2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들만 참여하는 경선)와 2월 11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일반인도 참여하는 경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이어 3월 3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등 15개 주(민주당 기준)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엔 민주당 대선주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독주 체제다. 7~8월 공식 후보 선출, 9~10월 대선후보 토론을 거쳐 11월 3일 대선을 치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