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에 성공했다고 지난 1일 보도하면서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 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평안남도 순천에서 동해상으로 쏜 방사포 두 발은 비행거리 370㎞, 고도 90㎞로 우리 군이 탐지했다. 이 정도 사거리의 방사포가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북한이 ‘적(敵)’으로 지칭할 만한 대상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쏠 경우 우리 강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든다.

이런 가공할 무기로 ‘기습적으로 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대놓고 공언한 것은, 남북한 간 상호 적대적 군사행위 금지를 약속한 ‘9·19 판문점 합의’ 위반을 넘어 방약무도한 군사적 협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회 답변에서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동맹에 대한 위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 경고한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다. 북한의 노골적인 군사협박의 사정권 안에 있는 당사자가 한 발 떨어진 이웃나라들보다 더 태평한 반응인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술 더 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이 뭐냐”는 질문에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이라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최근 북한이 남북한 간 대화를 완전 중단한 채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여 가는 마당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북한이 온갖 욕설과 천박한 어조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욕하고 정부를 조롱해도 따끔하게 대응하기는커녕 눈치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은 많은 이들을 절망케 한다. 이제는 대놓고 ‘초토화할 적’으로 겁박하기에 이른 북한과 계속해서 지금 같은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