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청, '조직 비하' 발언 간부에 솜방망이 징계
부하 직원 앞에서 해경 조직을 비하하고 상사의 식사를 챙기지 않는다며 부적절한 발언을 한 해경 간부가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해양경찰청 감사담당관실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 및 성실 의무 위반으로 모 해경서 수사과장 A(50) 경정에게 견책 처분을 했다고 4일 밝혔다.

A 경정은 평소 부하 직원들 앞에서 "해경은 육상 경찰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내가 총경 달려고 해경으로 넘어왔지만, 너희는 정말 기본도 안돼 있다"고 해경 조직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경찰 출신으로 2012년 해경에 특채돼 경위에서 경감으로 승진했다.

A 경정은 또 부하 직원들에게 "윗사람 식사도 챙길 줄 모르냐"며 "그런 직원은 형편없다"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의혹도 받았다.

감찰 조사 과정에서 심야에 당직 근무 중인 부하 직원을 외부로 불러 술을 마신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해경청은 최근 총경급 간부와 외부 변호사 등이 포함된 징계위원회를 열고 A 경정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가 과거 그가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돼 받은 국무총리 표창을 근거로 한 단계 낮은 견책으로 징계 수위를 감경했다.

해경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견책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다.

A 경정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업무를 잘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깊이 반성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경 내부에서는 A 경정의 징계 수위가 너무 낮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해경 직원은 "A 경정은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사실상 갑질을 했다"며 "육상 경찰뿐 아니라 해경도 조직 내 갑질에 대해 더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경정이 올해 1월 사건 담당 수사관에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를 조율해 주라고 종용한 의혹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았다.

감찰 조사를 벌인 해경청 감사담당관실은 갑질이라고 보기에는 명확한 피해 진술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합의 조율을 종용한 의혹도 A 경정이 가해자나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한 행위라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청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A 경정이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하 직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갑질로 판단했다면 징계 수위가 더 높았을 것이고 전보 조치까지 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