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말로 경기 조정할때 지났다
더 이상 적절하게 행동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게 때로는 가장 적절한 행동인 경우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30일 올해 세 번째로 연방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의 행동이 그런 경우다. Fed는 29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연 1.75~2.00%에서 연 1.50~1.75%로 0.25%포인트 내렸다.

Fed는 이번 인하도 모두 Fed의 금리 목표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말과 9월 중순을 포함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 모두 0.75%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Fed가 성명에 사용한 문구다. Fed는 이날 성명에서 이전 성명에 들어 있던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act as appropriate)”는 문구를 삭제했다.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는 지금까지 FOMC 직후 성명에서 세 차례 사용됐다.

'적절한 행동' 삭제로 의견 분분

그 대신 Fed는 “경기 전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 내에서 적절한 경로를 살펴보겠다”는 표현을 집어넣었다. 이런 문구 변경은 “적절하게 행동한다”를 금리 인하 징후라고 여길 투자자를 염두에 두고 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문구는 Fed가 오는 12월 11~12일 열릴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할 공산을 크게 했지만, 그렇다고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라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FOMC가 이처럼 문구를 변경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Fed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문구에 포함시켰을 경우, 시장이 그에 맞춰 반응하는 것을 Fed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구에 ‘적절하게 행동한다’를 넣는다면 시장을 혼란시키지 않고선 금리 인하를 피하는 게 어렵다. 최근 미국 기업들을 가장 괴롭히는 불확실성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나 Fed는 문구를 완전히 삭제함으로써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없앴다고 읽히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도 시장에 대소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Fed 조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주식, 채권 시장도 이번 FOMC 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30일 금리 선물 시세는 12월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20%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는 29일 거래 종료 시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고용·소비 등 경기가 금리 좌우

12월 열릴 FOMC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모든 기업이 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시장과 개인 소비가 견조할지 여부다. 다행히 고용 시장은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2만8000명(계절조정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조사치(추정치) 7만5000명 증가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지금은 Fed가 어떤 말을 할지 지켜보는 것보다 실제 경제 동향을 주시하는 게 더욱 필요한 때다.

정리 =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저스틴 라하르트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The Fed Gives Investors an Appropriate Gift’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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