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청전 이상범 '추경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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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근대 한국화의 대가 청전 이상범(1897~1972)은 붓을 곧추세워 우리 자연을 굵은 삼베발처럼 가식 없이 노래했다. 자연 속에서 굳건히 뿌리 내린 나무와 거친 비바람에도 미동하지 않는 땅, 순리대로 흐르는 강물을 소재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었던 한민족의 대찬 모습을 은유했다. 물기 없는 붓에 먹을 묻혀 그리는 ‘갈필법(渴筆法)’과 점을 찍는 듯한 ‘미점법(米點法)’을 개발한 그는 농담을 달리한 짧은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가을 정취를 그렸다.
청전이 1960년대 그린 ‘추경산수(秋景山水)’도 툭툭 치듯 먹물을 발라 산과 들, 하천의 가을 서정을 온화하면서도 푸근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쉼없이 흐르는 야트막한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촌부의 모습이 아련한 산골 정취를 풍긴다. 가을 햇살은 연극 무대의 간접조명처럼 사람과 단풍나무, 초옥을 환하게 껴안는다.
“화가는 작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작가만의 상상을 표현한다. 작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작품, 즉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나 산문처럼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하고, 그 뿌리는 항상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했던 청전의 예술정신이 그림 뒤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청전이 1960년대 그린 ‘추경산수(秋景山水)’도 툭툭 치듯 먹물을 발라 산과 들, 하천의 가을 서정을 온화하면서도 푸근하게 담아낸 수작이다. 쉼없이 흐르는 야트막한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촌부의 모습이 아련한 산골 정취를 풍긴다. 가을 햇살은 연극 무대의 간접조명처럼 사람과 단풍나무, 초옥을 환하게 껴안는다.
“화가는 작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작가만의 상상을 표현한다. 작품에서 대화할 수 있는 작품, 즉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나 산문처럼 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하고, 그 뿌리는 항상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했던 청전의 예술정신이 그림 뒤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