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받기를 고심하는 금융 소비자가 많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경DB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받기를 고심하는 금융 소비자가 많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경DB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라고 하지만 대출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평균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3.02%였다. 이자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주택 보유자라면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유리하다고 말한다. 주택 미보유자라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주택 보유자는 주택담보대출 가장 유리

일반적으로 담보대출의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낮다. 은행으로서는 신용만으로 빌려주는 것보다 담보가 있는 것이 안전한 대출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돈을 빌린 사람이 원리금을 갚지 못했을 때 은행은 담보물로 빌려준 돈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51%다. 일반신용대출 금리(연 3.86%), 4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연 3.09~3.67%)와 비교하면 금리가 낮다.

정선미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부장은 “다주택자가 아닌 젊은 층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금리 측면에서 가장 좋다”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담보인정비율(LTV) 등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져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빌리는 절차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게 장점이다. 각 은행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대략 15분이면 돈을 빌릴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8월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3%까지 내려가 역대 최저치였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에 비해 대출 만기 이전에 돈을 갚으면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도상환수수료란 돈을 빌린 소비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으려면 내야 하는 일종의 ‘해약 벌금’이다. 금융회사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예금을 대출 등으로 굴리는데 대출이 예상보다 일찍 상환되면 자금 운용 계획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이때의 손해를 메우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중도상환수수료다.

신용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와 한도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하기 어렵다. 1금융권 대출이 막히면 하는 수 없이 2금융권의 연 20%대 고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대출 ‘햇살론17’이 좋다. 햇살론17은 저소득·저신용자가 고금리의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으로 내몰리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출시됐다.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이거나, 연소득이 4500만원 이하면서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라면 신청할 수 있다.

햇살론17은 연 17.9%의 단일 금리, 최대 700만원의 단일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심사도 간소화했다. 추가 대출이 필요하면 방문이나 대면상담을 거치면 최대 1400만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도 있다. 기존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이나 2금융권 대출 등을 쓰고 있어도 문제없다. 대출을 연체 중이거나 소득에 비해 빚이 너무 많으면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은 어떨까

마이너스통장은 은행 통장을 통해 일정한 금액을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대출 제도다. 약정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는 언제든 원하는 만큼의 돈을 빼고 넣을 수 있다. 한 번 개설하고 나면 원할 때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기도 한다.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상품은 대부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달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초 대부분 연 4%대 이상이던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3%대로 내려왔다. 4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신한은행이 연 3.09%로 가장 낮고, 우리은행(연 3.50%), KEB하나은행(연 3.58%), 국민은행(연 3.67%) 순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할 점도 많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마이너스통장에 마진을 조금 더 붙인다. 금리가 신용대출에 비해 낮기는 하지만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방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연체되면 연체이자가 높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없지만 만기에 대출 총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연장을 신청하면 재심사를 받게 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한도와 금리가 변경될 수도 있다. 송재원 신한은행 PWM서초센터 팀장은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은 급히 필요한 비상자금에만 유리하다”며 “길게 오랫동안 쓸 돈이라면 고정금리로 해서 일반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