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연합회장 "새로운 시장 참가자 없다면 택시 아니라 마차타고 살았을 것"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기업 지배구조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것 자체를 제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조찬 강연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만 갖고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체제가 강해졌지만, 이런 현상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연 자료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1990년 5.1%에서 1999년 1.8%, 2009년 1.1%로 떨어졌고, 올해 0.9%까지 낮아졌다.
동시에 조 위원장은 "다만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편법적 경영 승계, 총수들의 사익편취에 이용되면 공정위의 정책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적 경영 승계에 이용될 뿐 아니라 기업집단 안에서도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일으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강연 후 한 참석자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자원의 효율적 재분배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자,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하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함께 강조했다.
그는 "내부거래라도 시장 가격, 정상 가격으로 이뤄지는 경우 공정위의 관심 사항이 아니고, 제대로 된 내부거래는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며 "다만 시장 가격과 차이가 나는 수준에서 내부거래가 일어날 경우 부당하다고 보고 제재한다"고 답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쟁'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중견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중견기업은 4천468개로 전체 영리법인의 0.07%에 불과하나 고용의 13.6%, 매출의 15.5%를 차지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가교 구실을 하며 상생협력의 객체이자 주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견기업은 하도급을 받는 사업자이자 원사업자"라며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위한 중견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등 공유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견해를 묻자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그대로 (긍정적이다)"라며 "공유경제에 한정할 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정책 가운데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견기업 대표 및 임직원 80여명이 참석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강연에 앞서 "기업인들은 기업 입장에서의 공정과 정의를 원한다"며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급하는 상납금, 고용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단체협약 문제 등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미국은 택시회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걸자 우버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며 "새로운 시장 참가자가 없다면 우리는 택시가 아니라 마차를 타고 컴퓨터가 아닌 주판을 쓰고 살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