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구의원 선거 범민주파 승리 전망되자 '연기론' 솔솔
범민주파 "경찰, 선거 연기하려고 폭력시위 유도"
"홍콩 정부, 시위 핑계로 친중파 불리한 지방선거 연기 검토"
오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승리가 점쳐지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폭력 시위를 이유로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11월 25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친중파 진영이 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정부 소식통은 "주말 시위의 폭력과 파괴가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다면 구의원 선거는 연기돼야 할 것"이라며 "시위의 규모와 강도, 지하철 정상 운행 등이 선거 연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투표자들이 투표소 인근 지역의 혼란 때문에 투표하러 올 수 없거나, 일부 후보가 유세 기간에 괴롭힘을 당한다면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말 시위에서 홍콩 시위대는 친중파 진영에 속한 입법회 의원이나 구의원 사무실을 공격하고 있다.

일부 친중파 후보들은 길거리에 내건 선거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뜯겨나간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선관위 위원장이 이끄는 위기 대응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폭동, 공개적 폭력, 공중 안전 위협 등으로 선거가 영향을 받으면 행정장관에게 선거 연기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지난 9월 친중파 의원들과 회동에서 "홍콩 정부는 선거 연기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투표소 시위가 발생한 선거구의 선거를 취소하는 방안, 나아가 전체 구의원 선거를 취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법규에 따르면 구의원 선거를 최대 14일 연기할 수 있으며, 입법회 심의를 거쳐 재선거 날짜를 결정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선거 연기를 너무 일찍 결정하면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선거 당일 폭력 시위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선거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 내에서 '연기론'이 흘러나오면서 범민주 진영도 고민에 빠졌다.

구의원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폭력 시위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급진적인 시위대에 이를 요구할 경우 이들의 비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 인사는 "(시위 자제 요구를 위한) 적절한 시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선거 연기를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홍콩 경찰이 폭력 시위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주석은 "지난 3일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티플라자 쇼핑몰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국은 선거 연기를 위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타이쿠 지역 시티플라자 쇼핑몰에서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홍콩은 중국 땅이다"를 외치며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4명을 다치게 하고 민주당 구의원 앤드루 치우(趙家賢)의 귀를 물어뜯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