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뮤지컬 ‘아이다’ 공연에서 암네리스 역을 맡은 정선아가 패션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12년 뮤지컬 ‘아이다’ 공연에서 암네리스 역을 맡은 정선아가 패션쇼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디즈니 뮤지컬 ‘아이다’는 2005년 신시컴퍼니가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제작해 초연한 이후 모두 732회 국내 무대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73만 명을 넘어섰다. ‘아이다’의 인기 비결로는 화려한 무대와 팝 거장 엘튼 존의 아름다운 넘버(삽입곡)와 함께 아이다, 라다메스, 암네리스 등 주요 인물들의 개성을 잘 드러낸 캐릭터가 꼽힌다.

이 중 ‘아이다’의 암네리스를 빛나게 한 배우로 단연 정선아(사진)가 손꼽힌다. 2010년 두 번째 시즌과 2012년 세 번째 시즌에서 암네리스를 연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 냈다. ‘아이다’의 마지막 대장정에도 정선아가 함께한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원작과 같은 내용 및 무대 구성으로 선보이는 레플리카 공연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한다. ‘아이다’의 피날레 공연은 오는 1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다.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요즘 리허설을 할 때 함께 연습하는 배우들을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려 한다”며 “장면 하나하나를 연기할 때마다 더 깊고 애틋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다’는 2002년 뮤지컬 ‘렌트’의 미미 역으로 데뷔한 정선아의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그가 맡은 암네리스는 통통 튀고 화려한 면모를 자랑하는 이집트 공주다. 약혼자인 사령관 라다메스가 아이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암네리스는 크게 좌절하지만,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며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난다. 정선아는 이 작품의 암네리스 역으로 2013년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한데 암네리스는 제게 그런 역이었어요. 철없고 화려해 보여도 깊은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암네리스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가 쓴맛을 봤다. 하지만 연출가 키스 배튼은 그런 정선아를 눈여겨봤고, 암네리스로 다시 오디션을 볼 것을 권했다. “작품이 ‘아이다’니까 무작정 아이다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제게 맞는 역을 찾는 게 중요했던 거죠.”

암네리스는 그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줬다. ‘아이다’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인 암네리스의 패션쇼에서 그가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My strongest suit)’를 부를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와 찬탄이 쏟아진다. 그 모습에 반한 팬들은 정선아에게 ‘정암네’(정선아와 암네리스를 합친 말)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워낙 무대 예술이 뛰어난 작품이잖아요. 그 장치를 특히 암네리스에게 쏟아붓죠. 헤어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든 게 암네리스에게 집중됩니다. 정말 신나기도 했고 ‘내가 이런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이를 동력 삼아 정선아는 성장을 거듭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디바 자리에 올랐다.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만 ‘위키드’ ‘드림걸즈’ ‘웃는 남자’ 등 총 27편에 달한다.

7년 만에 다시 암네리스를 연기하는 그는 보다 연륜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여줄 각오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다’ 공연 자체의 일원이 되고 싶었어요. 두 번째 무대에선 원캐스트로 혼자 역할을 소화하다보니 체력 관리에 온전히 집중했어요. 이번 무대에선 배우 정선아를 빛나게 하기보다는 암네리스의 마음을 더 진중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극장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배우가 됐지만, 언젠가 소극장 뮤지컬에도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중 ‘렌트’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작품 ‘틱틱붐’에서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그 작품을 봤는데 서른 즈음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도 정말 좋고 연기적으로도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언젠가 그 역할을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