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라진 기활법, 선제적 사업재편의 열쇠
기업도 사람처럼 태어나 죽어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기업의 삶과 죽음은 우리의 삶과 직결돼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의 죽음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다. 가능하다면 죽어가는 기업도 살려내려 하는 이유다.

한국에는 기업의 죽음과 관련해 세 가지 법이 있다. 먼저 ‘기업도산법’이 있다. 기업의 회생이나 청산을 위한 법이다. 다음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있다. 기업의 워크아웃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활력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있다. 이 법은 앞의 두 법과 달리 주로 기업이 병들기 전,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건강하게 재생시키는 데 역점을 둔다. 기업활력법은 한시법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8월에 일몰 예정이었다.

이 법이 새롭게 태어났다. 일몰만 면한 것이 아니다. 지원 대상 기업 범위와 혜택이 크게 늘면서 완전히 새로워졌다. 과거의 기업활력법은 수동적 측면이 강했다. 기업이 죽기 전 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원 대상 기업이 ‘과잉공급’ 업종이어야만 했다. 해당 업종이 위축돼 기업에 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원 강도도 약했다. 사업재편에 따른 자산처분 시 발생하는 양도세에 대한 이연이 가장 큰 혜택이었다. 그리고 정부 연구개발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받거나 사업재편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상법상 절차 간소화 정도의 혜택이 있었다. 그래도 과거 3년 동안 109개사가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았다.

새롭게 개편된 기업활력법은 기존의 것과는 매우 다르다. 우선 지원 대상이 넓어졌다. 업종 위축이 예상되는 기업은 물론이고 산업 위기지역의 기업, 예컨대 조선업 불황이나 자동차 사업의 철수로 고통받는 거제나 군산 지역의 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산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다. 기업이 업종 위축이나 산업 위기로 고통받지 않아도 미래 신산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실천계획만 있으면 이 법의 혜택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수소차, 인공지능, 의료기기나 헬스케어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 업종에 해당하는 산업으로 사업재편을 하려 한다면 이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신성장 동력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기업에 선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혜택의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자산매각 시 양도차익 과세 이연이나 합병·증자 시 등록면허세 감면 그리고 사업재편절차의 신속한 진행지원(주주총회 소집이나 주식매수청구권행사 요건 완화 등) 및 공정거래법상의 규제 유예 혜택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사업재편기간 중 해당 사업연도 소득에서 이월결손금을 100% 공제해주는 것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산업용지를 처분할 때 특례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산업용지는 처분제한기간 이내인 경우 취득가격 수준으로만 매각 가능하지만, 기업활력법을 통하면 기업은 시장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다. 특이한 사항은 공동사업재편에도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 기업이 신산업 진출을 위해 공동으로 지분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공동 사업재편에 관계된 모든 기업이 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정된 기업활력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은 중국 등과의 경쟁으로 기존 주력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재편이 이뤄지지 않아 국가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이기에 새로운 기업활력법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과거의 모습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이 법은 우리 기업의 사업영역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