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달이나 남은 2019년
해가 짧아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나 싶더니 어느새 11월이다. 우승을 향해 쉼 없이 달렸던 국내 프로야구는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는 기업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올해 사업을 결산하랴, 내년 계획을 수립하랴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러다 보면 현재 진행형인 올해의 남은 날들은 소홀해지고 미처 이루지 못한 목표들은 슬그머니 내년으로 미루게 된다.

무역업계도 2019년은 유독 힘든 해였다. 세계 경기가 얼어붙자 경제 대국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보복 관세와 경제 제재가 반복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흔들리면서 세계 교역량도 줄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 가까이 되는 우리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이 줄면 경제가 흔들리게 돼 있다. 수출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주요 기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작년 이맘때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하리란 기대감에 부풀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다. 미흡한 올해는 빨리 잊고 내년엔 수출이 회복되길 많은 이들이 바랄 것이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11월’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이미 많이 와버린 한 해이지만 남은 두 달을 흘려보내기는 너무 아깝다. 연말에도 각종 수출 전시회, 상담회는 계속 열린다. 여러 기관에서 경제전망, 통상환경 세미나를 열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치지 말고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기회, 떠오르는 신흥시장과 신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1달러라도 더 수출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서비스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정보기술(IT), 콘텐츠 스타트업들과 일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사우디 정부가 방탄소년단 공연을 위해 이슬람 율법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도 실감했다. 상품 위주 무역에서 벗어나 서비스 무역이나 디지털 무역으로 진화해야 한다.

2019년의 햇살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빛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역전을 노리는 야구선수처럼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