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를 앞두고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사업자인 엘시티PFV가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엘시티. 엘시티PFV 제공
입주를 앞두고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사업자인 엘시티PFV가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엘시티. 엘시티PFV 제공
부산 해운대에 건설된 엘시티가 입주를 앞두고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사업자가 갈등을 빚고 있다. 협의회는 사업자로부터 ‘오는 30일 입주를 시작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재산권 미등기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교통난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사업자는 엘시티 안착을 위해 임시사용승인을 받아서라도 입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엘시티의 임시사용허가에 반대하며, 전체 준공 이후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서를 해운대구에 5일 제출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사업자인 엘시티PFV가 조경과 도로, 상가 등을 제대로 완공하지도 않고 지난달 10일부터 입주민을 초청해 사전 점검을 한 뒤 구청의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30일 준공과 함께 882가구 입주를 시작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주민들이 임시사용승인 탓에 아파트 등기가 되지 않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잔금도 내지 못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해운대에서 엘시티로 진입하는 해운대온천사거리와 미포육거리의 폭 12~15m 도로를 20m로 확장하는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미포육거리와 미포바닷가 도로의 20m 확장공사는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착공도 못해 교통난이 심각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도로 확장은 사용승인에 포함된 항목이므로 허가관청이 임시사용을 허가해선 안 된다”며 “공사를 완전히 끝내고 정상 입주할 수 있을 때까지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고 했다.

엘시티 관계자는 “계약서에 약속한 30일 입주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신청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준공 후 입주하자는 입주자도 있지만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빨리 입주할 것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협의회와 사업자가 의견을 모아 엘시티가 빨리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입주자의 재산권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0일부터 입주하지 않으면 사업자는 매달 1300만원의 입주지체보상금을 입주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서둘러 관청의 입주승인을 받기 위해 총력을 펼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승인관청인 해운대구 관계자는 “아직 엘시티 사용승인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신청이 접수되면 해운대 지역 발전을 위해 승인을 내줄 것인지, 교통문제 조경공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엘시티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730만원이다. 역대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비싼 분양가다. 전용면적 320㎡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67억6000만원으로 국내에서 정식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한 아파트 중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