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특목고 반발 거세질 듯…교직원 자녀 특혜도 "위법 없다" 결론 교육부가 13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실태조사한 결과 고교 서열화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지만, 뚜렷한 특혜는 찾지 못한 탓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의 근거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9월 26일 국회에서 학종 실태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종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자녀 스펙이 만들어진다는 사회적 불신이 대단히 크다"며 조사에서 이런 문제를 잡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교육부는 한 달여에 걸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교가 서열화돼있는 현상은 확인했으나, 대학이 '고교등급제' 등 특혜를 적용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학종 지원자·합격자 명단을 살펴보니 '과학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합격률이 높은 사실은 확인되지만, 대학들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을 실제로 우대했는지, 면접에서 가점을 줬는지는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교 서열화가 있다'고 규정할 근거가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교육부는 "개인의 역량을 본 게 아니라 학교나 학교 유형을 참고했다는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고등학교가 '고교 프로파일'을 통해 어학성적 등 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을 편법 제출했고, 일부 대학이 특목고 출신 학부생의 과거 내신 성적을 축적하는 등 수상한 시스템을 갖고 있으므로 자사고·특목고 우대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관련 위법 여부는 추가 조사와 감사를 통해 추후 밝히겠다고만 했다.
편법 정황이 포착된 고교·대학명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실태조사 결과를 특정 사안 조사·감사로 이어나가는 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서류평가 통과자 순위별 대장', '지원자 및 합격자 현황', '최종 등록자 명부', '최종 등록자 익명 학생부' 등을 제출받았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내신이 낮은 자사고·특목고생이 정성평가에서 내신이 우수한 일반고생을 역전한 현상이 있는지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정성평가 역전 현상은 조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교육부 관계자는 "면접 단계에 가면 서류 점수를 지우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대학도 있으므로,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해서 특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놓고 교육부는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가 없도록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고 예고했다.
7일 발표 예정인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방안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종의 문제를 되레 수월성 교육 탓으로 돌리면서 일부 정황만으로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외고·국제고 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마녀사냥' 하듯 여론을 몰고 있다"며 특목고 폐지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대학교수 등 교직원 자녀들의 수시 합격률이 14.0%로 전체 지원자 평균(5.6%)의 2.5배에 달하는 경향이 있었다고도 밝혔지만, 교수가 자기 자녀 평가에 참여한 위법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교수 자녀가 부모가 재직하는 학부·학과에 합격한 사례도 4년간 33건인 것으로 발견됐는데, 심사에서 회피·제척이 이뤄졌으니 위법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연합뉴스